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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나서면 논의는 멈춘다" 타다에도 개입한 검찰의 선긋기

중앙일보 2019.10.29 14:47
28일 여객운송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타다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28일 여객운송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타다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이동 서비스 타다는 혁신일까 불법일까. 그리고 이 문제를 판단하는 주체는 국회와 정부, 검찰, 시민 중 누구여야 할까.
 

檢 "정치적 고려없이 법률적으로만 판단"
업계 "아무 고려안한 것도 정치적 결정"

지난 1년간 국회와 국토교통부, 타다와 택시업계는 '타다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타다가 지난 18일 기본요금을 800원 인상한 것도 그 논의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였다.
 

검찰, "타다는 명백한 불법" 

하지만 검찰이 28일 타다는 '혁신이 아닌 불법'이라 정의하며 이 모든 과정이 무색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훈 부장검사)는 이날 타다 경영진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타다가 여객운송법 시행령 예외조항을 형식적으로 해석해 렌터카 사업으로 위장한 택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검찰 관계자는 "타다의 이용자는 타다를 (예외조항이 허용한) 대형 렌터카가 아닌 택시라 인식해 타다도 면허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정치적 고려없이 충분한 법리 검토를 거쳐 내린 결론"이라 말했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 결론이 미치는 정치적, 사회적 파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법리의 적정성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의 '네거티브 규제'와 'AI발전' 정책까지 거론되고 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타다는 이제 규제의 영역에서 소송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며 "타다에 대한 논의의 폭과 범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좁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누가 검찰을 타다 논의에 불러냈나  

검찰의 타다 수사는 지난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 전·현직 임직원이 타다를 유사택시영업 혐의 등으로 고발하며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타다가 영업을 시작한 지 4개월만이었다. 
 
타다 차량의 모습. [뉴스1]

타다 차량의 모습. [뉴스1]

검사 출신인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은 "고발장이 들어오면 검찰의 선택지는 좁아진다"며 "검찰에게 법리적 측면을 넘어 사회적 논의 과정까지 고려하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면 검찰은 법에 따라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검사 출신인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은 "국회에서 타다와 관련한 개정법 발의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쌓인 장기미제 사건 중 왜 지금 검찰이 타다를 기소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계선에 놓인 사업에 뛰어든 검찰

검찰이 타다와 같이 탈법과 합법 사이에 놓인 신(新) 산업과 사회적 쟁점에 개입해 불법성을 판단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대검찰청. [뉴스1]

대검찰청. [뉴스1]

현재는 합법화된 장기 숙박시설 '서비스레지던스'의 경우에도 검찰은 2007년 불법 서비스라 결론짓고 업체 10곳과 업체 대표 10명을 기소했다. 
 
주거형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은 뒤 호텔처럼 운영해 호텔업계가 고발장을 낸 것이 발단이었다.
 
대법원은 2010년 서비스레지던스를 불법이라 판결했지만 이듬해 정부가 관광객의 높은 수요와 호텔 부족난에 서비스레지던스를 합법화하며 검찰과 법원의 결론과는 정반대의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와 국회가 조금 더 일찍 나섰다면 사회적 혼란이 줄어들 수 있던 사례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타다 역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새로운 입법조치가 필요한 듯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그런 생각과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조합 '타다 OUT!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가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국회를 향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뉴스1]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울개인택시조합 '타다 OUT!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가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국회를 향해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뉴스1]

형벌권 발동하니 멈춘 사회적 논의  

검찰이 지난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정부의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 역시 결론을 달랐지만 검찰에 판단을 맡긴 사례다. 
 
정부는 2016년 비식별화(익명화)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며 기업 마케팅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단체는 이듬해 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 고발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는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2년간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중단됐었다"고 말했다. 
 

미인도의 진위 여부도 가려주는 검찰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찰이 공유경제까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우리나라 검찰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여부도 가려주는 곳 아니냐"며 자조하듯 말하기도 했다.
 
서울지검 형사제6부가 지난 2016년 11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약 5개월 동안 '미안도'의 소장이력, 과학감정 및 안목감정 전문가 조사를 벌였으며 위작 논란을 불러왔던 작품을 진품으로 결론냈다. 전민규 기자

서울지검 형사제6부가 지난 2016년 11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약 5개월 동안 '미안도'의 소장이력, 과학감정 및 안목감정 전문가 조사를 벌였으며 위작 논란을 불러왔던 작품을 진품으로 결론냈다. 전민규 기자

검찰이 원해서 사회적 이슈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 기업에서 검찰에 여러 쟁점이 가득 담긴 고발장을 먼저 들고 온다는 것이다. 
 
국회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과정에서의 여야 충돌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선 여의도에서 '정치의 사법화'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받은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역사 문제까지 검찰이 맡긴다"며 '역사의 사법화'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정치의 사법화 넘어 '모든 것의 사법화' 우려

문제는 이런 사회적 쟁점에 대해 검찰이 기소를 하고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라도 소송 당사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유족은 검찰이 내린 미인도 진품 결론에 끝내 동의하지 못했다. 
 
지난 7일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가 서울 성수동 패스트파이브 간담회장에서 1주년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재욱 대표도 28일 이재웅 쏘카대표와 함께 기소됐다. [사진 VCNC]

지난 7일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가 서울 성수동 패스트파이브 간담회장에서 1주년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재욱 대표도 28일 이재웅 쏘카대표와 함께 기소됐다. [사진 VCNC]

설령 타다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을지라도 그후에 타다가 이 이동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정부와 국회의 결정에 달렸다. 유죄를 받는다해도 서비스레지던스 사례와 같이 법이 개정되며 타다가 존속할 가능성도 있다. 
 
IT전문가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벌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이 혁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 매우 어렵다"며 "우리 사회가 갈등을 다루는 능력을 상실하며 정치적 사법화를 넘어 '모든 것의 사법화'가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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