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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흘린 음식주고, 성추행도 방치”…인권침해 일삼은 노숙인 복지원

중앙일보 2019.10.29 13:51
인권위

인권위

강원도의 한 시립 노숙인 복지원에서 부적절한 치료·투약·음식 제공 등의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이 복지원은 치료가 필요한 입소자들을 수년간 방치했다. 한 입소자는 지난해 2월 엉덩이 종양이 발견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지만 약 1년여 동안 별다른 치료를 못 받고 방치됐다. 또 다른 입소자는 2012년 종양을 발견했는데 7년 만에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입소자들에게 부적절한 약과 음식도 제공했다. 2016년 복지원 야간 근무자는 입소자에게 다른 사람의 약을 잘못 전달했다. 약을 먹은 입소자는 실변 등 이상증세를 보였고 결국 정신을 못 차려 병원에서 실려 갔다. 입소자는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지난해 6월에는 복지원 조리사가 반찬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옮기던 중 바닥에 통째로 쏟았는데, 다시 담아 식사에 내놓기도 했다. 한 달 뒤엔 외부 음식을 먹은 입소자 6명이 설사 등 식중독 증세를 보였는데, 복지원은 관계기관에 어떤 신고도 하지 않았다. 복지원은 식중독 대응 매뉴얼을 지켰어야 한다. 2명 이상 식중독 의심환자가 생기면 영양사·원장을 거쳐 시청·식품의약품안전처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게 되어있는데 안 지켰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입소자 중에 자의로 입원하지 않은 입소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입원한 입소자의 입원기록에 따르면 이 입소자는 약물 부작용으로 몸도 못 가누고 의식도 없었다. 그런데 입원신청서는 매우 정돈된 글씨로 서명이 채워졌다. 인권위는 입소자가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정신장애를 가진 3명도 스스로 입원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복지원은 또 입소자가 문제행동을 하면 교정 목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입원을 유도했다. 정신병원 의료진이 복지원을 찾아 입원을 시도한 경우도 확인했다. 
 
이밖에 복지원은 입소자 간 성추행 사후조치도 미흡했다. 지난해 8월 지적장애 3급 남성 입소자가 정신장애를 가진 여성 입소자를 뒤에서 끌어안는 성추행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두 달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복지원에 돌아왔다. 피해여성은 이 남성과 같은 시설에서 함께 생활했다.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르면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알게 되면 바로 수사기관 등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 복지원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활공간도 분리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관련 사항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복지원 근무자들은 입소자들에게 반말을 쓰거나 하대하기도 했다. 근무자들은 ‘가족 같은 사이’에서 그랬다거나 ‘친근감의 표시’로 반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입소자들은 조사과정에서 “선생님(근무자) 무서워서 쉬 쌀까 무섭다”고 말하거나 “밥 많이 먹고 살찌면 입원한다”고 말한 근무자의 언행을 진술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에 복지시설 입소 노숙인에 대한 적절한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과 시설·인력 기준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 지자체·기관에는 행정 조치를 취하고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이 밖에 시설 근무자에 대한 인권·성교육도 권고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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