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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35만 줄고 비정규직 86만 폭증했다···文 일자리 대참사

중앙일보 2019.10.29 12:00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비정규직을 없애고 정규직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반대로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와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다. “고용 사정이 어렵지만 고용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진단이 무색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 및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 및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 수는 130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3000명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748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6만7000명 증가했다. 비정규직 수가 700만명을 넘은 것은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비정규직 제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은 폭증하고, 정규직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 셈이다.  

비정규직 비율 36.4%로 2007년 이후 최대

 
이에 따라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전년(33%)보다 3.4%포인트나 올랐다. 2005년 8월(36.6%) 이후 최대다.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2.2%까지 낮아졌다가 계속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다가 올해 급등한 것이다. 
 
비정규직 형태별로 보면, 기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한시적 노동자’가 96만2000명 늘어나 전체 비정규직 증가를 이끌었다. 평소 1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가 여성을 중심으로 44만7000명 늘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 파견·용역이 포함된 '비전형 노동자'는 2만6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28만9000명)과 20대(23만8000명)에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다.  
 
이는 정부가 적극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의 정규직화가 상당 수준으로 이뤄진 점까지 고려하면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증가 규모는 전체 통계에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 나빠진 고용의 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더 나빠진 고용의 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은 노인 일자리 같은 단기 일자리를 빼면 민간 부문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린이 놀이터 지킴이, 교통안전 캠페인,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농촌 비닐걷이 등 고령층이 주로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 덕분에 비정규직 일자리만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한마디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정부는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서 정규직을 늘린다는 이상을 앞세웠지만, 현실은 정책이 서로 효과를 반감시키는 ‘역(逆)시너지’를 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올해 조사부터 관련 기준이 달라지면서 조사결과의 전년 대비 증감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5년 만에 개정한 종사상지위분류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간’ 기준을 강화한 영향이란 것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해 조사와 올해 조사를 동일한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라며 “예전 기준으로는 정규직에 포함됐던 35만~50만명 정도가 조사 방식의 변화로 이번에 비정규직에 새로 포함됐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조사 대상자에게 고용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지만 물었다면 이번엔 고용 예상 기간까지 조사한 결과, 기간제 비정규직이 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비정규직은 최소 36만7000명에서 최대 51만7000명이 증가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정부가 함께 내놓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임시근로자(Temporary Workers) 기준으로 봐도 임시근로자는 올해 500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76만7000명 증가했고,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1.2%에서 24.4%로 증가했다”며 “OECD 통계가 있는데 조사 방법을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변명일 뿐,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고용의 질이 나빠졌음을 보여주는 통계는 이뿐이 아니다. 임금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5년11개월로 지난해보다 2개월 줄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평균 근속 기간 차이는 5년5개월로 지난해보다 3개월 더 벌어졌다.
 
월급 격차도 확대됐다. 올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72만9000원으로 정규직(316만5000원)보다 143만6000원 적다. 지난해 격차(136만5000원)보다 7만1000원 더 벌어진 것이다. 노동조합 가입비율의 경우 정규직은 17.6%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3%로 되레 0.1%포인트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참사’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니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노인 일자리 같은 초단기 일자리를 늘리니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친노동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부작용만 양산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 등이 늘었다고 내세우지만 현 정부 출범인 2017년과 비교하면 개선 정도는 미미하다”며 “근로자를 고용하는 주체는 기업인만큼, 기업의 기를 살리는 쪽으로 일자리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절실하다”라고 주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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