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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지적장애인 "15년 일하고도 임금 못받아"… 노동청 조사나서

중앙일보 2019.10.29 11:47
충남 부여의 한 공장에서 15년 넘게 일해온 40대 지적장애인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노동청이 조사에 나섰다.
지적장애 3급인 A(40)씨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장 대표 B씨를 고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지적장애 3급인 A(40)씨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장 대표 B씨를 고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지적장애 3급 남성, 2004년부터 공장에서 일해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공장대표 상대로 조사 중
학대·감금 등 없었지만 다른 직원과 임금 차이
고용부, 위법사항 드러나면 대표 형사처벌키로

29일 고용노동부 보령지청과 부여군 등에 따르면 지적장애 3급인 A씨(40)가 지난 9월 자신이 일하던 공장의 대표를 고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진정서에서 “2004년 3월부터 일했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적능력이 떨어져 친척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과는 대화가 어려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변호인과 사촌의 도움을 받아 노동청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A씨가)임금을 달라고 몇 차례나 말했지만 사정이 좋아지면 주겠다는 B씨의 말을 듣고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2004년 3월부터 B씨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했던 A씨는 2014년 월급통장을 만들어 B씨에게 맡겼지만 5년 넘도록 통장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과 사촌이 B씨에게 통장을 반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는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진정서를 접수한 보령지청은 해당 공장과 B씨에 대한 조사에 나서 A씨가 실제로 일을 했고 임금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금은 다른 직원들과 차이가 있었지만, 학대와 감금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A씨에게 800만원 안팎의 임금을 지급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이전에는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했고 이후에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는 게 게 B씨의 주장이다. 현재 B씨는 공장 매각을 진행 중이며 매각을 마치면 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A씨 변호인 최근 3년 치 임금 6800만원(최저임금 기준)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보령지청은 B씨에게 체불된 임금 규모를 정리해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B씨의 주장대로 그동안 임금을 지급했다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진정서 내용도 소명이 필요하다는 게 노동청의 입장이다. B씨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A씨의 임금 규모를 판단키로 했다.
 
보령지청 관계자는 “사업주인 B씨가 A씨를 착취하기 위해 고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사를 더 진행한 뒤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관련 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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