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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서 15년 일하고도 임금 못 받은 지적장애인…노동청 조사 나서

중앙일보 2019.10.29 11:11
지적장애 3급인 A씨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장 대표 B씨를 고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지적장애 3급인 A씨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장 대표 B씨를 고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40대 지적 장애인이 10년 넘게 충남 부여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노동청이 조사에 나섰다.
 
29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에 따르면 지적장애 3급인 A(40)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장 대표 B씨를 고소하는 진정서를 노동청에 제출했다.
 
A씨의 지각능력과 언어 수준이 사촌 외 다른 사람과 대화가 어려운 정도로 현저히 떨어져 진정서는 변호인과 보조인(A씨 사촌)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다.
 
A씨는 2004년 3월부터 현재까지 B씨 공장에서 매일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6시 30분까지 일했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A씨가 월급을 달라고 몇 차례 말했지만 B씨는 "사정이 좋아지면 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2014년 월급통장을 만들어 공장 대표에게 맡겼지만 그동안 월급통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변호인과 보조인 역시 A씨의 월급통장 반환을 요청했지만 B씨는 제시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진정서를 통해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해 A씨의 최근 3년 치 임금 6800만원(최저임금 기준)을 우선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동청은 A씨가 제기한 진정을 토대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감독관이 공장을 찾아 A씨가 공장에서 실제 일하고 있고 월급을 못 받은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이에 대해 B씨는 2014년 이전은 월급을 현금으로 지급했고 이후부터 월급통장에 잘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3년 전 돌아가신 A씨 어머니가 부탁해 2014년부터 월급을 모아서 한 번에 주려고 통장에 잘 모으고 있었다"며 "그 이전에는 월급을 봉투에 담아 지급했는데 A씨가 기억 못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B씨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800만원 안팎을 A씨에게 지급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청 관계자는 "B씨에게 체불된 임금 규모를 정리해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며 "그동안 임금을 모아뒀다면 관련 자료를 가져와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가 정리해온 체불 임금 규모가 A씨가 생각하는 것과 얼마만큼 일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A씨 임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고용 계약이 있으면 참고하고 없으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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