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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학대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韓 유학생…美 송환되나

중앙일보 2019.10.29 10:25
보스턴 서퍽카운티 지방검찰은 전 보스턴칼리지 학생 한국인 여성 A씨(21)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남자친구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A씨와 B씨가 사귀는 중에 찍은 모습. [사진 서퍽카운티 검찰청]

보스턴 서퍽카운티 지방검찰은 전 보스턴칼리지 학생 한국인 여성 A씨(21)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남자친구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A씨와 B씨가 사귀는 중에 찍은 모습. [사진 서퍽카운티 검찰청]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20대 한국인 여성이 남자친구의 극단적 선택을 부추긴 혐의로 미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보스턴 서퍽카운티 지방검찰은 보스턴칼리지에 재학중이던 한국인 여성 A(21)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필리핀계 미국인 대학생 B(22)씨가 보스턴의 한 주차장에서 자살하도록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A씨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연인 관계였다. A씨는 B씨에게 수백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을 강요했다. 또한 B씨가 이 세상에 없는 것이 A씨 자신과 B씨의 가족, 세상에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레이첼 롤린스 서퍽카운티 지방 검찰청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년 6개월간 교제하면서 A씨는 B씨에게 육체적·언어적·정신적 학대를 했다”며 A씨의 학대가 B씨 사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B씨의 사망 전 약 두 달간에 걸쳐 A씨와 B씨가 주고받은 약 7만5000건의 문자메시지와 B씨의 일기, 주변 지인들의 증언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롤린스 검사는 “A씨는 휴대전화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B씨의 행적을 낱낱이 감시하고 있었다”며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장소에도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B씨가 숨진 날은 그의 대학 졸업식이 있던 날이었다. B씨는 졸업식 1시간 30분 전 보스턴의 한 주차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뉴저지에 사는 B씨의 가족들도 졸업식 참석을 위해 보스턴에 와 있었다.
 
내년 5월 졸업 예정이던 A씨는 사건 발생 3개월 뒤인 지난 8월 학교를 자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롤린스 검사는 “A씨는 현재 한국에 있다”며 “A씨의 변호인 등과 접촉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그가 미국으로 자발적으로 오지 않을 경우 강제 송환하는 방법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년 전 콘래드 사건과 유사…美 의회, 처벌강화 추진

지난 2017년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장에 선 미셸 카터(가운데)의 모습. 그는 남자친구였던 콘래드 로이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문자를 보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한 혐의로 징역 15개월을 선고 받았다.[AP=연합뉴스]

지난 2017년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장에 선 미셸 카터(가운데)의 모습. 그는 남자친구였던 콘래드 로이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문자를 보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한 혐의로 징역 15개월을 선고 받았다.[AP=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남자친구를 자살하도록 부추겨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셸 카터 사건과 유사하다. 사건 당시 17세였던 카터는 남자친구 콘래드 로이(사망 당시 18세)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재촉한 혐의로 기소됐다. 로이는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트럭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카터는 당시 로이에게 극단적 행동을 부추기는 문자를 수차례 보냈다. 심지어 카터는 "죽기 싫다"며 주저하는 로이에게 "다시 차에 타"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를 맡은 검찰은 카터가 주변의 관심을 갈구해 왔으며 로이가 숨진 뒤 ‘슬픔에 빠진 비련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며 동정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카터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해 남자친구의 죽음을 부추겼단 것이다. 카터는 2017년 징역 15개월의 유죄를 선고 받았으며 매사추세츠주 대법원도 지난 2월 유죄로 판결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현재 매사추세츠 주의회는 콘래드 로이 사건을 계기로 자살을 부추겨 타인을 숨지게 할 경우 최대 5년형의 처벌을 받는 ‘콘래드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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