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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빠지면 된다? 저탄고지 부작용을 당신이 안다면…

중앙일보 2019.10.29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59)

비만이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모두 어떻게하면 살을 뺄까를 고민한다. 다이어트의 가장 좋은 방법이 덜먹고 많이 소모하는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일설에는 비만 유전자가 있다고도 하지만 대개는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이 그 원인으로 본다.
 
그래서 되지도 않은 각종 다이어트법이 난무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 보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우리의 다이어트 열풍은 세계 어느 곳 못지않게 요란하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무지막지한 정보가 나오고 수많은 서적이 줄을 잇지만 새로운 정보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만 남겼다.
 
몇 년 전 유행한 '저탄고지' 다이어트법이 최근 또 주목받고 있다. 탄수화물은 극도로 줄이고 지방을 하루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하는 기형적인 식이방법이다. [사진 pixabay]

몇 년 전 유행한 '저탄고지' 다이어트법이 최근 또 주목받고 있다. 탄수화물은 극도로 줄이고 지방을 하루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하는 기형적인 식이방법이다. [사진 pixabay]

 
그럼 다이어트는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인가. 그동안 스쳐간 다이어트법이 수천 가지에 이르는데 아직 결정적인 방법이 없는 걸 보면 앞으로도 이 과제는 난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또다시 핫한 방법이 나왔다. 관련 서적이 줄줄이 등장해 대중을 유혹하고 서점가의 인기순위에도 올랐다. 이른바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저탄고지(低炭高脂) 다이어트법이 그것이다. 탄수화물은 극도로 줄이고 지방을 하루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하는 기형적인 식이방법 말이다. 지방으로 70~80%, 단백질 20%, 탄수화물 5% 정도로 구성되는 식단이다.
 
그런데 저탄고지가 작금에는 그 명칭이 바뀌었다. 이름도 생소한 케토(키토)다이어트, 혹은 케톤다이어트라는 것으로. 뭔가 보자. 우리 몸에 탄수화물의 공급이 부족하면 지방이 연료로 사용된다. 이때 지방은 간으로 이동하여 잘게 쪼개져(케토시스, Ketosis) 케톤체(ketone body)로 바뀌고 이것이 혈류를 타고 각 조직에 운반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케톤체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3종류가 있다. Acetoacetate, β-hydroxybutyrate, Acetone인데 앞 2종류는 산성 물질이고 마지막 아세톤은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고 호흡으로 배출된다.
 
당시 이 다이어트법이 하도 난리를 쳐 시중의 버터가 품귀현상을 초래했고 너도나도 시도하는 바람에 관련학계가 경고를 발하기도 했다. 좋은 다이어트법이 아니라고, 지속하면 건강을 해친다고. 이 방법은 50여 년 전에 앳킨스(Atkin’s) 다이어트법으로 알려졌으며 간질의 치료방법으로도 쓰였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이상적인 식단은 탄수화물 60% 전후 단백질과 지방은 20% 정도이다. 수천 년 먹어온 인류의 공통식단이 이렇다.
 
저탄고지다이어트를 실행하면 체중이 빠지긴 한다. 그 체중감량효과는 지방 자체의 특이성질(효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공급의 제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에너지의 input(1300Kcal 기준)보다 output(2300Kcal)이 많아져서다. 왜냐하면 이런 고지방식다이어트는 먹기에 거북하고 에너지전환효율이 떨어지며 소화가 느려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어 음식의 섭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다.
 
저탄고지다이어트를 실행하면 체중이 빠지긴 한다. 그 체중감량효과는 지방 자체의 효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공급의 제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pixabay]

저탄고지다이어트를 실행하면 체중이 빠지긴 한다. 그 체중감량효과는 지방 자체의 효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공급의 제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pixabay]

 
또 기형적인 식단이라 오래 계속할 수 없다는 결점도 있다. 느끼하여 제대로 먹을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커피에 타 먹는, 이름도 요상한 방탄소년 아닌 방탄(防炭)커피가 유행하는가 보다. 방탄은 탄수화물의 섭취를 방지한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지방의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케톤체는 산성을 띈다는 것이 문제다. 피 속 농도가 높아지면 혈액이 산성으로 변하는 애시도시스(acidosis)가 된다. 지방을 집중적으로 소모할 경우 혈액이 산성으로 되는 질병이다. 심할 경우 심각한 증상을 동반한다.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제1형 당뇨는 이 부작용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심한 제2형 당뇨도 안전하지 못하다. 그러나 정상인에게는 이 다이어트법이 혈액의 pH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오래 지속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연히 이 방법이 체중감량효과는 빨리 나타난다. 이유는 이렇다. 포도당은 뇌의 에너지원으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혈액 속의 포도당량은 항상 일정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 이하가 되면 저혈당 쇼크가 올 정도다. 탄수화물, 즉 포도당의 공급이 중단되면 근육 단백질이 분해되어 포도당으로 전환되는 과정(gluconeogenesis)을 거친다. 지방은 포도당으로 될 수가 없어서다. 물론 지방에서 나오는 소량의 글리세롤이 포도당으로 전환되기는 하지만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식이법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아래 표는 자주 권장되는 케톤다이어트 식단 중의 하나이다. 이것만 먹고 오래 버텨낼 것 같지가 않다. 온통 먹기 거북한 지방 덩어리다. 날씬하고 예뻐지려면 목숨도 건다는데 이쯤이야, 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 노력이 정말 가상하고 눈물겹다. 과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저탄고지다이어트가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경고도 있다. 거론되는 부작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심각한 근육량의 감소로 운동능력, 활동력이 줄어든다.
◇ 신장에 스트레스를 줘 신장결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 당뇨환자에게는 지속적인 저혈당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 기형적인 식단이라 지속하기 어렵다. 정상식이로 돌아오면 바로 요요현상이 온다. 그런데 빠진 근육은 회복되지 않고 지방만 쌓이는 비만이 된다.
◇ 갑자기 인슐린의 분비가 낮아져 탈수현상과 전해질의 불균형으로 초기에는 두통, 어지럼, 메스꺼움, 경련, 신경과민 등을 유발한다. 소변에 칼륨, 전해질의 배출이 일어나며, 이른바 케토플루신드롬이라는 증상, 즉 무기력, 정신혼미, 심할 경우 발작, 혼수 등이 올 수 있다.
◇ 영양 상태의 언밸런스가 초래된다. 과일, 채소, 곡물의 제한에 의한 칼륨 등 미네랄 식이섬유의 부족으로 인한 전해질의 불균형이 온다.
◇ 곡물, 과일 등을 먹지 않아 식이섬유의 부족으로 인한 심한 변비, 혹은 대장 속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틱스의 부족으로 대장균총의 언밸런스를 초래해 설사를 유발한다.
◇ 케톤체의 과잉생성으로 호흡으로 배출되는 케톤이 이상한 냄새를 유발한다. 마치 술 먹은 사람으로 오인할 정도. 당뇨 환자가 음주 체크에 걸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 갑자기 체중이 줄면 여성호르몬의 난조로 생리불순, 골다공증, 불안증이 온다.
◇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의 과도섭취, 콜레스테롤, LDL의 증가, 심장병, 동맥경화의 위험성이 상승한다. 특히 불포화지방산의 산화(산패)에 의해 대장암 등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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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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