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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30억 개씩 버려지는 종이컵…재활용 대책은 '깜깜'

중앙일보 2019.10.29 09:56
종로구 한 카페 매장 내에서 사용 후 쌓여있는 다회용 플라스틱컵과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컵은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없으나, 종이컵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김정연 기자

종로구 한 카페 매장 내에서 사용 후 쌓여있는 다회용 플라스틱컵과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컵은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없으나, 종이컵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김정연 기자

커피 자동판매기나 테이크아웃 점포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이 한 해 200억 개가 넘지만, 재활용 대책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되는 일회용 종이컵은 연간 230억 개이지만,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1.5% 수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각·매립되고 있다.
 

매장 내 규제에서는 제외돼 

자판기 커피용 종이컵. [중앙포토]

자판기 커피용 종이컵. [중앙포토]

재활용률이 낮은 것은 종이컵 안쪽이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적발되면 200만원의 과태료도 물린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 종이컵이 규제 대상이 아닌 것도 문제인데, 아이스크림을 담는 종이 용기는 같은 재질인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일회용 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이 잘 되는 종이컵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에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려면 자원재활용법을 고쳐야 하는데, 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몇 년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일회용 컵은 소각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보증금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 천연펄프 소각하긴 아까워 

일회용컵. 플라스틱 뚜껑이 포함돼 있는데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중앙포토]

일회용컵. 플라스틱 뚜껑이 포함돼 있는데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중앙포토]

홍 소장은 "종이컵은 100% 천연펄프로 돼 있어 소각보다 재활용하는 게 자원순환 측면에서 옳다"며 "소각시설 부족으로 애를 태우는 상황에서 종이컵을 재활용으로 돌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활용이 잘 되는 일회용 컵이 개발돼 있는데도 보급이 안 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재활용 잘 되는 방수 코팅 종이를 개발, 출시하기도 했다.
고순도 미세 탄산칼슘 입자와 폴리에틸렌 수지를 섞어 코팅하면, 재활용할 때 코팅이 쉽게 벗겨져 재활용 쉽게 된다는 것이다.
재활용이 쉽게 이뤄지도록 개발된 방수 코팅 종이로 만든 제품.

재활용이 쉽게 이뤄지도록 개발된 방수 코팅 종이로 만든 제품.

업계 한 관계자는 "캐나다에서 200여 만 원을 들여 새 제품에 대한 UL2485 인증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인증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환경부가 이 인증 기준을 도입한다면, 관련 협회에서 인증을 내주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UL 인증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거나 해서 보증금 제도 도입 등 큰 틀이 먼저 갖춰져야 친환경제품으로 인증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증금 제도과 환경인증 함께 가야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일회용컵에 50~100원을 물렸던 보증금 제도는 2008년 폐지됐다. [중앙포토]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일회용컵에 50~100원을 물렸던 보증금 제도는 2008년 폐지됐다. [중앙포토]

홍 소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와 UL 인증을 동시에 활용하면 종이컵 재활용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이크아웃 업체들이 친환경 종이컵을 사용토록 정부나 소비자가 유도하고, 보증금 제도를 통해 사용한 종이컵의 회수율을 높일 경우 친환경 종이컵만 분리 수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종이컵 재활용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일회용 컵의 회수, 재활용을 위해 2002년 도입됐다가 2008년 폐지된 제도. 소비자가 음료를 사며 일회용 컵에 담아가면 50∼100원을 물리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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