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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나라 위해 부끄럽지 않게 일해왔다”…특활비 의혹 부인

중앙일보 2019.10.29 09:14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이순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에 돈을 달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재임 시절에는 전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나라를 위해 부끄럽지 않게 일해왔다”라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10~2011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원 전 원장으로부터 약 3억원을 건네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0년 원 전 원장이 김백준 전 기획관을 통해 2억원을, 2011년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을 통해 10만 달러(1억500만원)를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2억원을 전달했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그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인간적으로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 겸, 어떤 사정이 있길래 그럴까(하는 마음이다)”라며 “그래도 (왜) 아닌 것을 있는 것처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이 두 달여간 58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이 지적하자 검찰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자신이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는 한두 번 조사받으면 끝이었을 텐데 안타깝다”라며 “검찰도 앞으로는 안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전 기획관이 자신에게 굳이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가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도 “할 말은 많지만 안 하는 게 좋겠다”며 “대답은 검찰 스스로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만 달러 뇌물’ 판결에 “원세훈 사임 의사 반려” 해명

이 전 대통령은 2010년부터 원 전 원장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사임 의사를 전달받았으나, 자신이 반려했다고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이 직접 진지하게 요청하기까지 했지만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해 “힘들어도 끝까지 가자”고 직접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받은 10만 달러에 대해 자신의 1심 재판부가 뇌물 혐의를 인정한 것에 대한 방어 논리를 편 것으로 풀이된다. 1심은 당시 정치권으로부터 사임 요구를 받던 원 전 원장이 자신의 직위를 유지하도록 해 달라는 청탁 차원에서 10만 달러를 상납했다는 점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원 전 원장이 앉은 피고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술을 이어갔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질문을 받고 원세훈 전 원장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왜 사표를 받아들이고 새 사람을 구하지 않았는지 안타깝다. 그때 받아들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임하면 유임하는 것이고 사임하면 사임하는 것이지, 그런 일로 나랏돈을 (쓴다는) 검사의 생각은 바른 생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신문에서 2011년 받은 10만 달러에 대해 “‘대북 공작’의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MB, 재임 시 의혹 첫 법정 증언…자신의 1심에선 묵비권

 
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직접 증언한 것은 처음이다. 이 전 대통의 법정 공개 정언은 비공개 신문이 끝난 뒤 약 1시간 동안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1심에서도 피고인 신문을 위해 증언대에 앉았으나 일체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전직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최 전 대통령은 1996년 11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구인장까지 발부받은 끝에 출석했지만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1·2심에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해 증언이 무산된 바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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