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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중소기업도 "어렵다" 하니…창업도 안 한다

중앙일보 2019.10.29 06:00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대다수가 올해 연말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4일 서울 중구 명동 빈 건물 안에 대출 광고지가 널려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대다수가 올해 연말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4일 서울 중구 명동 빈 건물 안에 대출 광고지가 널려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의 한 제조 중소기업 사장 이모(65)씨는 연초에 세운 올해 기업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고민이다. 이씨는“근로시간은 줄었는데 업체 간 경쟁은 심해져 이익을 거의 보지 못하며 거래하고 있다”며 한숨 쉬었다. 인근 업체의 분위기에 대해서 이씨는“새로 창업은커녕 버티지 못하는 업체가 더 많다”고 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이미 한겨울”이다.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의 냉랭한 경기 전망이 11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어두운 연말 체감경기 전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 기업, 어두운 연말 체감경기 전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한 결과, 1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p 낮아진 83.8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경기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넘으면 향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중소기업의 11월 경기 전망은 제조업, 비제조업 할 것 없이 모두 부정적이다. 제조업의 11월 경기전망은 10월보다 3.6p, 지난해 11월보다 2.9p 낮아진 82.5로 나타났다. 비제조업도 84.4로 10월보다 2p, 지난해 11월보다 2.1p 하락했다.
 
 중기중앙회는 연이은 부정적 경기 전망의 원인을 “최근 대내외 경제 환경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지금 기업이 느끼는 실물경기도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0월 중소기업은 경영 상황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로 ‘내수부진(65.8%·복수응답)’ ‘인건비 상승(45.8%)’ ‘업체 간 과당경쟁(40.6%)’ 등을 꼽았다.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한 중소 제조업체의 작업 현장. [중앙포토]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한 중소 제조업체의 작업 현장. [중앙포토]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해 보니 11월 전망치는 지난달 전망(97.2)보다 낮아져 92.7을 기록했다. 대기업의 경기 전망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지 못한 것은 2018년 6월 이후 18개월 연속이다.
 
 대기업의 경기 전망은 지난 8월 80.7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찍었다가 9, 10월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11월 경기 전망치가 다시 낮아지며 기업의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도 11월 수출 전망치(93.7)를 지난달(95.6)보다 낮춰 전망했다. 특히 비제조업(99.4)보다 제조업(89.1)의 수출 전망이 낮았고, 제조업 중에서는 중화학공업(88.2)의 하락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전자·통신장비(77.3) 분야 수출 전망은 중국이 7% 고속 성장기인 ‘바오치(保七)’ 시대를 마감한 2016년 2월(76.0)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중소기업의 이러한 부정적 경기 전망은 창업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8월 창업한 기업은 모두 85만475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90만9371개)보다 5만4621개(6%) 줄었다. 특히 제조업과 정보통신·과학기술·교육서비스 등을 결합한 기술창업은 8월 1만 7236개를 기록해 지난해 8월보다 3.5% 감소했다. 기술창업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만에 처음이다.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올해 2%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투자와 수출 감소도 이어지고 있어 내년 역시 경제 상황의 개선이 불투명하다”며 “통화정책 외에도 기업환경과 심리를 반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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