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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채용비리' 선고 하루앞···최근 대법 두 판결 보니

중앙일보 2019.10.29 05:00
지난 4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왼쪽)과 지난해 12월 20일 국회에서 자녀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반박하며 딸의 신입사원 수련회 기념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뉴스1]

지난 4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왼쪽)과 지난해 12월 20일 국회에서 자녀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반박하며 딸의 신입사원 수련회 기념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뉴스1]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국장 A는 부하직원인 인사팀장에게 “지원자 B가 아는 사람인데, 잘 좀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채용 절차가 끝난 이후에는 B가 합격자 명단에 있는지 따로 확인했다.(서울남부지법, 2017고단5572)


#본부장 C는 면접시험 후 채용 업무 총괄자에게 “지원자 중 D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인 것 같다.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다시 채용 업무 총괄자를 만나 D의 합격 여부를 물었다.(서울중앙지법, 2015고단7551)
  
최근 대법원을 통해 확정판결이 난 채용비리 사건들의 원심 판결문에 나오는 내용들로, 채용 과정에서 특정인의 ‘입김’이 존재한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부분들이다. 하지만 채용비리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와 C 중 한 사람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상부의 지시였나, 실무자의 자의적 해석이었나

KT 부정채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이 지난 3월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KT 부정채용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이 지난 3월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A와 C의 운명을 가른 ‘차이’가 오는 30일 예정된 KT 채용비리 사건 판결에서도 주요 가늠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채 전 회장과 서유열 전 사장, 김상효 전 전무와 김기택 전 상무 등은 지난 2012년 KT 공개채용 당시 부정 청탁을 받고 임의로 일부 지원자를 채용 과정에 ‘끼워넣기’ 하거나 점수를 좋게 주는 방식으로 KT와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며 “상부의 지시 때문에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단 이 전 회장은 “명단을 만들어 직원에게 전달한 것은 있으나, 부정 채용을 직접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부하직원에 '직접 챙겨라' 지시="어떻게 해서든 채용시켜라" 

서두에 언급됐던 A씨는 대법원에서 지난 5월 징역 1년이 확정된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보다. 그는 2016년 6월 금감원 하반기 민원처리전문직원 채용 과정에서 부하 직원인 인사팀장에게 부탁받은 특정인을 지칭하며 “아는 사람이니 잘 좀 챙겨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인사팀장은 또 아래 직원들을 시켜 면접 점수를 고쳐 최종 합격시켰다. 
 
이 전 부원장보 측은 “‘아는 사람인데 지원했다’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합격을 시키라거나, 합격 과정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그 부하직원이 부정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나 그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할지라도 부하 직원이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특정인을 합격시킬지는 알고 있었다”고 밝히며 유죄로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상급자는 불분명한 지시로 오히려 다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직접 지시가 없었다'는 것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무진이 부정 채용해놓고 "윗선 지시였다" 책임 전가

반면 특정인의 합격 가능 여부를 아래 직원에게 물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 C씨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그는 1심에서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뒤집혀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2년 경력직 채용 당시 면접위원으로 들어갔던 고위직 임원 C씨는 당시 채용 업무를 총괄했던 오모씨에게 특정인을 꼬집으며 “필요한 인재인데 합격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또 “꼭 채용을 했으면 하는데 인성점수를 만점으로 바꿔줘도 어려울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오씨는 “필기 시험이 안 좋아 채용 인원을 늘리기 전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이후의 대화였다. 1심은 오씨가 한 주장을 받아들여서 C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오씨는 “‘늘려서라도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어 채용을 했다”고 주장했다. 윗선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은 오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오히려 임원들이 그 이후 “안타깝지만 별수 없다”고 한 부분이 사실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실무진 선에서 ‘윗선의 지시였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시나리오 회의'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른 정황 증거도 C씨가 오씨에게 그 외에 따로 특정인에 대한 채용을 요구한 것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오씨는 징역 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오씨뿐만 아니라 가담한 다른 직원들도 각각 10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30일 선고, 김성태에 직접 영향…채용 거래 사실 입증이 쟁점 

KT에 딸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KT에 딸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회장의 30일 선고 결과는 연관돼 진행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뇌물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김 의원과 채용을 대가로 거래를 했다는 혐의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이 전 회장의 채용 비리 개입이 인정된다면, 김 의원과 거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바탕으로 '실제 거래가 이루어졌느냐' 부분을 입증하는 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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