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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만나 "혁신" 전한 뒤…미묘했던 이철희·표창원 발언

중앙일보 2019.10.29 05: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오전 최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표창원(초선·비례대표) 의원을 국회 본청 당대표실로 불렀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의도 정치에 대한 회의감·무력감 등을 토로해 왔다.
 

여 지도부 두고 갈리는 쇄신법
“책임져라” vs “성토할 때 아냐”
중진들 “靑 중심 아닌지 성찰해야”

면담을 마치고 나온 두 의원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 앞에 섰다. 취재진과 문답 과정에서 두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남 예산정책협의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남 예산정책협의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표께서 리더십을 갖고 당을 혁신해주실 것을 기대하고, 요청을 드렸다. (이 대표는) 혁신이 당연히 필요하고,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표창원)
 
“저희들의 진의는 수용하신 것 같다. 구체적인 방법은 대표께서 알아서 하시는 거니까, 저희가 구체적으로 요구를 하진 않았다. (이 대표가) 충분히 공감했으니까, 쇄신·혁신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이철희)
 
당 혁신에 대한 이 의원과 표 의원의 표현은 비슷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이 노쇠하고 늙었다.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당대표에게 있다고 본다”며 대놓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한 반면, 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이 대표 책임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저는 다르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금 더 수습하고, 인적 혁신을 가열차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내년 4월 총선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당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자성론을 두고 그 방법에서 의견이 갈린다. 이른바 ‘조국 국면’으로 촉발된 여론 분열과 공정에 대한 문제 제기 등에 당이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는 인식은 공유한다. 다만, 누군가는 “조국은 사퇴했는데, 당에서는 책임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수도권 한 중진 의원)고 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당이 위기의식을 가질 때는 맞지만, 지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간 법안을 어떻게 하면 잘 통과시킬지 전략을 짤 때지 누구의 책임 소재를 물을 때가 아니다”(비수도권 한 초선의원)라는 식이다.
 
오는 30일 당 의원총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어떻게든 지도부 쇄신론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익명을 원한 중진의원은 “대표의 책임을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현 국면을) 딛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를 토론해야 할 때”라고 했다.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들이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이·표 의원 면담에서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인용했다고 이 의원이 전했다. 이 의원은 “정치하는 사람은 열정·책임감·균형감각,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소명으로서의 정치(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독일이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혼돈의 시기를 겪던 1919년 1월 28일 학생들의 초청으로 강단에 선 베버가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책 말미엔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돼 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두 의원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과거 들은 내용을 언급한 것일 뿐, 책 내용을 인용한 게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우상호 의원(3선)은 그러나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만두는 게 제일 쉬운 일”이라며 “기쁘게 항상 보람되게만 정치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 그럴 때일수록 책임감을 가지고, 왜냐하면 더 힘든 국민들에게 변화를 만들어 주려면 그런 분들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여러 경로로 전달된 당내 의견을 수렴해 30일 의총에서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다음 달 1일 세종시 자택에서 당 소속 의원 초청 만찬을 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하루 미뤘다가, 이날 무기한 연기했다. 당 대표실은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집회 일정과 추워진 날씨 등”이라고만 설명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 책임론과 연관 짓는 해석에 “딱 그것때문만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것도 하나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원혜영 의원 등 중진들도 28일 회동=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일부 당 중진의원들도 28일 별도의 모임을 갖고 현 정국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원혜영 의원(5선)의 제안으로 모인 3선급 이상의 일부 의원들은 이날 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자성론과 관련, “당이 그동안 지나치게 청와대나 지도부 중심으로 끌려간 것은 아닌지 성찰할 때”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당내 이런 저런 다양한 의견을 총의로 모아, 그것을 당 주도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중진이 지도부를 잘 뒷받침해야 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이철희 의원 등이 제기한 이해찬 대표 책임론에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기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당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애초 원 의원은 이철희·표창원 의원의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당에 미칠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견해를 나누기 위해 모임을 제안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해찬 대표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해찬 대표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당 지도부가 강조해온 ‘단일대오’ 기조나 언론 보도 등에 대한 부담감으로 위축된 비판 의견 등을 좀 더 활발히 모을 필요성에는 대부분이 공감했다고 한다. 당 내부에서 해법을 두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되, 당이 분열상으로 비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은 이석현(6선)·이종걸(5선) 의원 등 일부 중진 의원들이 ‘조국 국면’에서 강경론에 앞장섰던 것과 달리 비판적 관점의 쇄신에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강대강’ 대치 중에도 타협의 온건론을 제시해 왔던 중진들의 ‘원로 정치’가 부활할 지는 미지수다. 실제 이날 모인 의원들은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한 매개체가 되는 데는 공감했지만, 의원총회 등에서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초선의원들과는 “별도로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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