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39세' 방준혁이 그리는 IT의 미래
![넷마블 방준혁 의장 [사진 넷마블]](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29/034eacd5-8c84-4e0e-9558-cac37dc29fa7.jpg)
넷마블 방준혁 의장 [사진 넷마블]
“편리한 IT에서 똑똑한 IT로 넘어가는 시대, 게임 속 원천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판교의 영웅
최근에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 사업을 하는 웅진코웨이를 전격 인수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방 의장은 IT산업의 미래, 넷마블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 것일까. 지난 몇 달간 쫓아온 방 의장을 어렵게 만나 들은 비젼과 그가 지인·임직원들에게 밝힌 여러 발언을 종합해 정리했다.
게임은 IT 원천기술 개발 전진기지

넷마블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후배 창업자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방 의장은 현재 IT산업 트랜드가 급격히 변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20년은 인터넷이라는 유·무선 인프라를 깔고 그걸 어떻게 편리하게 연결해서 활용할지가 관건이었다"며 "하지만 앞으로 20년은 깔린 인터넷망에서 쏟아져 나오는 빅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통해 얼마나 똑똑하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웅진 코웨이 인수 결정이 똑똑한 IT라는 산업적 흐름과 연결된 것이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택에서 코웨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온 애용자이기도 하다. 방 의장은 “수천만 명 이용자가 쏟아내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온 게임사는 데이터와 AI가 주역이 되는 똑똑한 IT 시대 원천기술을 가진 셈”이라고 말했다. “검색회사였던 구글과 전자상거래 회사였던 아마존이 파생 기술로 다양한 사업을 만들어낸 것처럼 코웨이가 가진 ‘구독경제’ 비즈니스와 게임 기술의 결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생기술로 IT 거인 된 구글과 아마존이 모델
![서울 구로구 지밸리비즈플라자에 있는 넷마블 본사 20층 사내 카페. [사진 넷마블]](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29/debafe1b-d89d-43c9-a77b-8659696deb71.jpg)
서울 구로구 지밸리비즈플라자에 있는 넷마블 본사 20층 사내 카페. [사진 넷마블]
"사업 기회는 상식적·현실적 판단 너머에 있다"
실적이 악화한 회사에 복귀하려 하자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모두 말렸다. 하지만 장고(長考) 끝에 복귀를 택했다. 복귀 일성은 PC게임 개발사 넷마블의 ‘모바일 전환’이었다. 모바일 게임 성장 가능성을 낮게 봤던 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는 스마트폰이 전화기를 넘어 ‘손 안의 컴퓨터’로 대세가 될 것으로 확신했고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모바일로 집중했다.
당시 방 의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상식적·현실적·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복귀해선 안 될 거 같지만, 사업기회는 그런 판단 너머 새로운 혁신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며 “성공확률은 낮지만, 모바일이라는 성장동력으로 새로운 혁신을 할 자신이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방 의장 복귀 이후 넷마블은 기사회생(起死回生)해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했다. ‘다함께 차차차’,‘모두의 마블’,‘몬스터길들이기’ 등 모바일 히트작이 줄줄이 이어지자 우려의 시선은 점점 기대로 바뀌었다. 2014년 중국 텐센트로부터 5억 달러 투자 유치를 이끌었고 이듬해에는 리니지 등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엔씨소프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후 ‘리니지2 레볼루션’‘마블 퓨처 파이트’ 등 외부 IP를 활용한 게임이 잇달아 성공했고 2017년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매출은 2011년 2576억원에서 지난해 2조213억원으로 J 커브(J자 모양 급상승)를 그렸다.
2전3기 끝에 성공, 실패극복의 아이콘
고교 중퇴 후 일반 회사에서 수년간 회사원 생활을 한 방 의장은 30세였던 1998년 첫 창업을 했다. 지금의 넷플릭스와 유사한 형태인 ‘시네파크’라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사업이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린 당시 인터넷 환경에서 영화 VOD서비스는 한계가 있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이듬해에는 지금의 스카이라이프와 유사한 ‘스카이 시네마’라는 위성 인터넷 방송사업을 시작했지만, 자금난으로 역시 1년 만에 망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한 이유는 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기 위해서였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그래도 잘 안 되었다. 하지만 두 차례 실패 과정에서 나는 투자자와 동료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좋은 실패'를 했다 생각한다. 내 이익이 아닌 '업'의 성공을 위해 매진했고 투자자와 동료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얘기해서다. 덕분에 세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넷마블 본사에 전시돼 있는 인기게임 몬스터 길들이기 캐릭터. 박민제 기자
세번째 창업 아이템은 게임이었다. 20대 시절 1인칭 슈팅게임 '퀘이크2'를 즐겼던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다. 2전3기 끝에 온 성공이었다. 방 의장은 자신의 사례에 비춰 후배 창업자들이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이 과거보다 아주 흔해졌고 지원 기관도 늘고 자금도 넘쳐나고 있지만, 그런데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창업자의 '열망'이라 강조했다. 그는 “창업에는 직장 생활과 차원이 다른 열정이 필요하다”며 “친구 따라 덩달아 창업하지 말고, 얼마나 강하게 열망하는지부터 진지하게 생각해야 창업 뒤에 닥쳐올 수많은 고난을 견디고 허들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도 생일 케이크 초는 39개뿐
![2017년 5월 넷마블 상장기념식에서 방준혁 의장(앞줄 왼쪽에서 4번째)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넷마블]](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29/8761e23c-e21d-4d3f-bde6-3e658a3d49a3.jpg)
2017년 5월 넷마블 상장기념식에서 방준혁 의장(앞줄 왼쪽에서 4번째)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넷마블]
그는 “그렇게라도 나를 일깨우고 계속 다짐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 생물학적 나이에 따라 모든 걸 합리화해 버릴 수 있다”며 “청년만이 가진 열정, 변화에 능동적인 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항상 되새겨 나가는 게 요즘 나의 관심사항”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