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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원 수 늘리기보다 특권 내려놓기가 우선이다

중앙일보 2019.10.29 00:56 종합 34면 지면보기
‘의원 수 늘리기’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특권 줄이기에는 발뺌만 하는 정치권이 제 살 깎기 없이 의원 수를 늘리겠다니 후안무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7일 “선거제 개혁은 지역구 의원을 몇 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몇 석 늘릴 것이냐가 최대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제 살 깎기 없이 의원 늘리는 건 후안무치
심상정 말도 달라져, 당리당략이 당론인가

심 대표는 지난 4월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의석수 300석을 넘지 않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당시 그는 “국민들이 300석 이상 늘리지 말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300석 이내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국민들이 안중에도 없어진 건지 의원 수를 늘리자고 말을 바꾸었다. 심 대표는 조국 사태 때 ‘임명권 존중’이라며 조 전 장관을 옹호했지만 조국 사퇴 후에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도 민주당과 선거법 공조를 의식해 민주당 편에 섰다는 비판을 받은 그가 이젠 당의 이익을 위해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니 정의당은 ‘정의’보다 ‘당리당략’이 당론이라도 되는가.
 
심 대표는 말 바꾸기란 비판을 각오하고 의원 수 늘리기 카드를 들고 나온 듯하다. 이는 민주당과 공조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함께 처리하려는 일종의 ‘거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현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의석은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게 돼 있다. 하지만 호남이 기반인 평화당과 대안신당이 지역구 축소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그래서 심 대표가 총대를 메고 의원 수 늘리기를 띄우면 민주당이 지역구를 살리는 쪽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고쳐 당 안팎의 반발을 잠재운 후 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과 공조해 공수처법을 처리한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런 일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조국 사태로 호된 비판을 받은 민주당과 정의당은 민심의 거센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은 양당제가 가져온 지역주의를 깨고 분열과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정치개혁안이다. 그런 개혁안을 마련해 놓고 이제 와서 의석수를 늘리겠다면 국민들은 용납할 수 없다. 정치권은 한때 면책특권 폐지 등 특권 축소 및 폐지안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다. 그러니 국민들이 정치권을 신뢰할 수 있겠나. 의석수를 늘리기 전에 우선해야 할 것은 의원들의 자기희생이다. 기득권은 하나도 내놓지 않으면서 챙길 것만 챙기겠다는 사고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선거법 개정도 의원 수를 늘리기 이전에 특권 줄이기와 자기희생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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