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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위기 때 같이 엄중하다”는 홍남기의 인식

중앙일보 2019.10.29 00:56 종합 34면 지면보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엄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이 경제 상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제 페이스북 글에 이은 홍 부총리의 경제 위기론 2탄이다.
 

페이스북에서는 “특단의 대책 시급하다” 주장
청와대는 이런 현실을 이념으로 덮고 갈 건가

페이스북에서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등에 참석하고 느낀 점을 담았다. 우선 한국 경제에 대해 “수출과 투자가 부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이 돌지 않는)‘돈맥경화’ 징후도 없지 않다”고 진단했다. “노동생산성 제고, 공유경제와 서비스업 육성, 규제 개혁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 그야말로 복합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대책으로 경기 흐름을 조속히 반등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프랑스가 노동개혁으로 실업률을 10년래 최저로 떨어뜨린 점을 거론하며 “규제·노동·교육·정부 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성장잠재력 확충은 생산성 혁신이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주문이라도 외우듯 “우리 경제는 튼튼하다”고 되풀이해 오던 것과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시인했다. 소득주도 성장과 친노조·반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경제 전문가들이 외치고 또 외쳤던 생산성 제고와 노동·규제 개혁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귀가 번쩍 뜨이는 태도 변화다. 늦었지만 반색할 만하다.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두 번 다시 소를 잃지 않는다.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정책 기조까지 바꾸기를 기대한다.
 
걱정은 청와대가 아직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1주일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의 견실함은 우리 자신보다 오히려 세계에서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소득 여건과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과연 여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한국 경제는 올해 사상 초유의 1%대 성장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석유 파동과 외환·금융위기 때를 빼고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성장률이다. 세계 경제성장률과 우리의 차이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일자리는 어떤가. 세금 뿌려 만든 어르신 일자리와 주당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고용만 잔뜩 늘었다. 결코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할 계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일부 유리한 통계만을 들어 “경제와 정책 기조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이는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의 말처럼 “이념으로 사실을 덮는” 처사다. 지금은 경제부총리의 고언대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생산성 향상과 노동·규제 개혁이 그중의 으뜸이다. 이런 현실과 고언을 외면해서 돌아오는 건 갈수록 멍드는 경제다. 그래도 마냥 이념으로 경제 현실을 덮어만 둘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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