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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의 국제화 도전 “해외서 더 이름난 대학 만들 것”

중앙일보 2019.10.29 00:06 종합 20면 지면보기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신일희 총장은 출근 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나와 캠퍼스를 돈다. 쓰레기를 줍고, 일찍 학교에 나온 학생이 보이면 다가가 말도 건넨다. [사진 계명대]

신일희 총장은 출근 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나와 캠퍼스를 돈다. 쓰레기를 줍고, 일찍 학교에 나온 학생이 보이면 다가가 말도 건넨다. [사진 계명대]

“지방대는 이른바 ‘인 서울’ 대학을 따라 하고, 경쟁하고 비교만 해선 승산이 없습니다.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
학생 감소, 등록금 동결 등 부담
지역성 탈피…대학의 질 높여야
외국 유학생·교수 이미 10% 넘어
해외 유명 대학과 교류 더 확대

계명대 신일희(79) 총장은 “지방대인 계명대를 이른바 ‘인 서울’ 대학들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국제화’ 캠퍼스로 탈바꿈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입생 감소 등 지방대의 공통적 어려움을 국제화로 이겨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계명대는 1899년 미국 선교사들이 세웠다. 1979년엔 전국 최초로 외국학 대학을 설치해 국제화를 선도했다”며 “국제화는 단순히 학생 모집을 위한 홍보책이 아니라, 잘 준비된 도전”이라고 했다. 계명대는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는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지난 22일 신 총장을 만났다.
 
계명대는 대구에선 이름있는 대학이다. 그런데도 어려움이 있나.
“인구 감소, ‘인 서울’ 대학 선호, 10년 넘게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 어느 것 하나 지방대로서 녹록지 않다. 그래도 우리 대학은 120년 전통으로, 신입생 모집에서 정시의 경우 평균 5대 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미달 상황은 없다. 하지만 매년 학생들을 모집할 때마다 예민해지고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대학의 질이 올라가면 재정 문제를 떠나 학생들이 몰리지 않을까.
“빠듯한 재정은 대학 발전에 장애가 된다. 지방대가 ‘인 서울’ 대학들과 당당히 경쟁하려면 ‘지역성’을 탈피해야 한다. 학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대신 대구에서 학교에 다닐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줘야 한다는 뜻이다. 대학 본연의 ‘질’을 올려, 이름난 대학을 만드는 게 방법이다. 이를 위해선 우수한 교원·학생 확보, 학교 시설 업그레이드, 장학 프로그램 개발, 교원 연구비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정 문제와 대학의 질을 올리는 문제를 달리 볼 수 없는 이유다.”
 
‘국제화’ 캠퍼스가 해결책이라는 건가.
“우수한 유학생을 많이 입학시켜, 제대로 가르쳐, 세계 곳곳에 배출하는 것, 이런 과정에 국내 학생들을 함께 세계 속 인재로 키우는 것. 이게 계명대의 국제화다. 유학생 많은 지방대, 해외에서 이름있는 지방대, 그런 곳이 계명대라면 많은 학생이 일부러 대구에 찾아올 것이다. 계명대가 ‘인 서울’ 대학들 보다 프랑스·스페인 등 해외에선 더 이름난 대학이 될 수 있다. 과연 외국에서 얼마나 ‘인 서울’ 대학 이름을 알겠는가.”
 
국제화 도전이 쉽진 않아 보인다.
“국제화는 언어와 문화의 이질감 탈피에서부터 출발한다. 영어 등 외국어가 가능하고 수준 높은 연구를 많이 하는 우수 교원이 많아야 성공할 수 있다. 유학생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외국인 교원 확보도 필요하다. 이미 우리 대학은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췄다. 캐나다 등 30여 개국 144명의 외국인 교수가 있다. 전체 교수 1294명 중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방대에선 이례적인 외국인 교수 비율이다. 국제화 캠퍼스로의 변화가 가장 쉽고 빠른 대학 발전 방향이라고 본다.”
 
해외 유학생 모집이 쉽지 않을 텐데.
“현재 재학생 2만3394명(대학원생 포함) 중 10%에 달하는 2133명이 프랑스 등 73개국에서 온 유학생이다. 이들 유학생 대부분은 ‘계명대 코리아센터’와 ‘세종학당’을 통해 입학했다. 코리아센터는 한국어학당 같은 시설로,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등에 설치돼 있다. 한국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이런 시설을 늘려, 유학생을 더 모집할 계획이다. 유학생이 늘면, 유학생들 간에 커뮤니티가 형성돼 추가 신입생이 자연스럽게 더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신학기 슬로건도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의 학기’로 지었다.”
 
국내 재학생의 해외 대학 진출 지원은.
“현재 해외 64개국, 347개 대학 및 46개의 해외 기관과 교류 중이다. 외국대학과 복수학위제 운용 같은 방식이다. 미국 디지펜공대, 이스턴미시간대(EMU), 링컨-네브래스카대를 비롯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등 유명한 세계 대학들과 연계하고 있다.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대학 내 해외 유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화가 섞이면서 국내 학생들도 국제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미스터 션샤인, 박쥐 촬영 … 그림 같은 ‘시네마 캠퍼스’
계명대 캠퍼스

계명대 캠퍼스

계명대 캠퍼스(사진)는 ‘시네마 캠퍼스’ ‘대구판 아이비리그’로도 불린다. 이국적 풍광 때문이다. ‘미스터 션샤인’ ‘검은사제들’ 등 100편 이상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등장하면서다. 박찬욱 감독은 2008년 영화 ‘박쥐’를 계명대에서 촬영하며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더라도 한폭의 그림이고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는 붉은 벽돌에 담쟁이덩굴이 건물을 감싸고 있다. 넓은 잔디밭·산책로에 건물 이름도 아담스관·윌슨관 같이 학교 설립 때 도움을 준 미국인 이름을 따 붙였다.
 
1996년 달서구에 성서캠퍼스를 새로 지으면서도 대명동 캠퍼스의 아이비리그처럼 생긴 캠퍼스 모습 등을 유지했다. 성서캠퍼스엔 붉은 벽돌로 꾸며진 중세 시대 교회 같은 건물이 세워져 있다. 종교 수업 전용 건물인 ‘애덤스 채플’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높이 10m, 가로·세로 5m 크기의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3500여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은 국내에서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오르간 다음으로 크다.
신일희 총장
우리나라 1세대 미국 유학생 그룹에 속한다. 대구 계성중학교를 졸업한 후 1954년 100달러를 손에 들고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갔다. 식당 접시닦이, 공사장 인부 등을 하며 공부했다. 켄트 스쿨, 트리니티대를 거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독일문학 전공)를 받았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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