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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척 박지성’ 엄지성 U-17 월드컵 골 포문 열었다

중앙일보 2019.10.29 00:06 경제 6면 지면보기
엄지성이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린 뒤 ‘하트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엄지성이 프리킥 선제골을 터뜨린 뒤 ‘하트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루한 0-0 공방전이 이어지던 전반 26분. 상대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외곽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엄지성(17·광주)이 키커로 나섰다. 골문을 힐끗 바라본 뒤 오른발로 감아 찼다. 살짝 감긴 공은 상대 골키퍼 손끝 위로 지나 골문 왼쪽 모서리 안쪽에 꽂혔다. 문전 세트피스를 예상했던 골키퍼는 공을 쳐 내려고 황급히 뒷걸음질 쳤지만 허사였다. 경기 흐름을 바꾼 결정적 한 방이었다.
 

조별리그 1차전 아이티에 2-1 승
퇴장으로 수적열세에도 승점 3점

이강인(18·발렌시아)의 ‘동생들’이 활짝 웃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한국이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C조의 한국은 28일(한국시각) 브라질 고이아스의 에스타지우 다 세리냐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이티를 2-1로 눌렀다. 한국은 프랑스와 나란히 승점 3점을 기록했지만, 골 득실(한국 +1, 프랑스 +2)에서 밀려 조 2위를 달렸다.
 
엄지성의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40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상대의 볼 컨트롤 실수를 틈타 공을 가로챈 오재혁(17·포항)의 패스를 받은 최민서(17·포항)가 왼발 슈팅으로 골을 마무리했다. 후반 43분 아이티 칼-프레드 상트에게 한 골을 내줬지만, 남은 시간 잘 막아 승리를 확정했다.
 
선제골 주인공 엄지성은 프로축구 광주FC의 유스팀인 금호고 간판 미드필더다. 윤정환(46), 고종수(41), 기성용(30) 등 금호고 출신 선배들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은다. 체구(1m74㎝·64㎏)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발재간이 좋고 슈팅이 위협적이다. U-17 대표팀 동료들은 엄지성을 ‘슈팅 마스터’라고 부른다. 골키퍼 신송훈(17·광주)은 “(지성이는) 양발을 모두 자유롭게 쓰고, 위치를 가리지 않고 슈팅이 가능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을용(45)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의 아들인 수비수 이태석(17·서울)도 “(지성이는) 무회전이든, 감아 차든 수준 높은 킥을 보여준다”고 거들었다.
 
엄지성은 ‘럭키 보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당초 김정수(45) U-17 대표팀 감독이 눈여겨봤던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3월 전남 벌교 소집훈련에 예비멤버로 참여했다가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대표팀에 막판 합류했다. 그리고 팀 내 주전 경쟁에서도 살아남았다.
 
엄지성은 경기 후 선제골에 관한 질문에 “슈팅과 크로스가 50%씩 섞였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킥을 준비하면서 경기가 살짝 지연됐다. 그때 상대 골키퍼가 슬금슬금 앞으로 나오는 걸 봤다”며 “머릿속으로 ‘슈팅과 크로스의 중간’을 되뇌며 찼다. 선수들에 가려 득점 상황은 보지 못했다. 함성을 듣고 나서야 골이 된 걸 알았다”고 말했다.
 
후반 15분 엄지성은 교체 아웃됐다. 이후 한국은 아이티의 반격에 몇 차례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몸을 아끼지 않은 선수들의 수비로 한 골 차 승리를 지켰다. 특히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데다, 후반 34분 이태석까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했다.
 
첫 승을 거둔 U-17 대표팀은 31일 오전 5시 같은 장소에서 C조 최강이자 우승 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경기다. 24개국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조 1, 2위 12개 팀과 조 3위 중 성적 상위 4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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