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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아르헨티나 페론주의 부활

중앙일보 2019.10.29 00:05 경제 4면 지면보기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28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직후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28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직후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정권이 4년 만에 좌파 포퓰리즘 ‘페론주의’로 회귀했다.
 

중도좌파 페르난데스 대선 승리
산업 국유화, 무상복지정책 예고
IMF 구제금융 협상 난항 예상
“국가부도 땐 신흥국 동시 위기”

아르헨티나 주요 일간지 클라린은 27일(현지시간) 중도좌파연합 ‘모두의 전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48.1% 득표율로 마우리시오 마크리(득표율 40.4%) 현(現)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페론주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외국 자본에 배타적인 데다 산업 국유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펼 것을 예고했다. 페론주의는 1946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부인 에바 두아르테가 10여년간 펼친 대규모 무상복지 정책을 말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무장관 임명이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며 “페르난데스의 러닝메이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중앙은행에서 중책을 맡았던 마티아스 쿨파스와 세실리아 도테스카를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2007~2015년 집권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공무원 증원, 연금 확대와 같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부통령으로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인 페르난데스보다 부통령인 크리스티나가 실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늘어나는 아르헨티나 외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늘어나는 아르헨티나 외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번 좌파 정권의 재등장에는 친(親)시장 정책의 실패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FT는 진단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2015년 집권 당시 시장 친화 정책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했으나 기대와 달리 경제는 점점 기울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 국민 빈곤율은 32%로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병원비와 전기료도 제대로 못 내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55.8% 뛰었다.
 
신임 페르난데스 행정부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채무 재조정’부터 해야 한다고 FT는 지적했다.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마저도 아르헨티나 정부의 정책 변화 없인 더는 지원해주기 힘들다며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IMF 관계자들은 페르난데스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아르헨티나 채권에 투자한 이들은 가파른 손실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는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에 560억 달러(66조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고 이 중 440억 달러를 이미 지급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에 이 부채의 상환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르헨티나의 총외채는 2800억 달러(328조원)를 웃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 가운데 1010억 달러의 상환을 미루겠다고 지난 8월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IMF는 아르헨티나가 일단 긴축 정책 등으로 정부부채 비율을 낮춰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신임 IMF 총재는 자금 지원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전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르헨티나가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면 터키·베네수엘라·파키스탄·레바논 같은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자금이 이탈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더 나아가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중국·브라질·멕시코·에콰도르에도 악영향을 미치면 지난 금융위기 같은 복잡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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