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트렌드] 유엔과 손잡고 분쟁 위험 접경 국가에 평화의 숲 가꾼다

중앙일보 2019.10.29 00:02 5면
산림 복구 노하우 전파
 

한국이 주도하는 ‘PFI’ 프로젝트
UNCCD 뉴델리 선언문에 포함
소득 증대, 자연재해 예방 효과도

분쟁 가능성이 있거나 자연재해에 취약한 접경 국가에 나무를 심는 이른바 ‘PFI(Peace Forest Initiative·평화 산림 이니셔티브)’ 프로젝트가 한국 주도로 추진된다. 산림청은 28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국과 산림 협력을 통해 접경국 간 평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PFI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분쟁과 갈등 상황에 놓인 국가는 인접 국가와 산림 협력을 하는 게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아프리카서 추진 계획

산림청이 추진한 해외 산림복구 사업 모습. 1 황무지였던 벨라루스 이탄지에 물을 공급해 복원한 습지,

산림청이 추진한 해외 산림복구 사업 모습. 1 황무지였던 벨라루스 이탄지에 물을 공급해 복원한 습지,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뉴욕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연설에서 “평화 산림 이니셔티브는 접경위원회를 통해 국경지대 환경오염에 공동 대응하자는 것”이라며 “동·서독의 사례처럼 산림 협력은 평화를 유지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20%인 18억 명이 분쟁 영향권이나 취약 지역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국가는 산림 협력을 통해 평화와 안보를 성공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1972년 동·서독 기본 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가 접경지역에서 화재(산불)·홍수·산사태 등에 신속하게 공동 대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콰도르와 페루도 접경지역에 평화공원을 만들었으며,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등도 산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UNCCD 14차 당사국 총회에서 PFI를 소개했으며, 여러 나라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뉴델리 선언문과 결정문에 PFI가 포함되는 성과도 거뒀다. 산림청은 접경국의 산림 복원은 물론 산림을 통한 소득 사업도 추진해 주민 생활의 안정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산림청은 이를 위해 내년에 에티오피아와 인접국인 에리트레아 등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PFI를 추진하기로 했다.
 
황무지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모로코에 설치한 태양광 에너지 패널.

황무지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모로코에 설치한 태양광 에너지 패널.

고기연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이들 나라 관계자와 만나 어떤 사업을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한 다음에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지 주민의 조림사업 지원과 바이오매스 등 나무 연료 생산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라며 “에티오피아 등 PFI 사업에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PFI를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의 실현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국가 브랜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림청은 이미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산림 복원 사업(중앙아프리카 산림이니셔티브·CAFI)에 참여하기로 했다. 내년에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가 산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5억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한국이 주요 유럽국가와 협력해 아시아 최초로 중앙아프리카 콩고 분지의 열대우림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는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콩고 분지는 지구상에서 3년간 배출되는 양만큼 탄소가 저장된 중요한 열대우림이다.
 

남북한 협력에 활용 기대

지난달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에서 평화 산림 이니셔티브(PFI) 소개 행사 후 기념 촬영을 한 참석자들.

지난달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 총회에서 평화 산림 이니셔티브(PFI) 소개 행사 후 기념 촬영을 한 참석자들.

이와 관련해 노르웨이·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가 한국에 CAFI 참여를 요청했다. 고 국제산림협력관은 “유럽국가가 CAFI 참여를 권유한 것은 산림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며 “산림 분야 국제협력 사업에 적극 참여해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PFI를 국제사회뿐 아니라 북한과의 협력에도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4·27 판문점선언 이후 대북한 제재에서 산림 분야는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고 북측도 민둥산이 된 산림 복구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반도 접경지역에서 산림 복구를 진행함으로써 평화와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산림 분야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 17~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2019 아태지역 산림주간 및 제28차 아태지역 산림위원회’를 열었다. 2011년에는 유엔사막화 방지협약 10차 당사국 총회를, 2015년에는 세계산불총회를 개최했다. 82년 세계식량기구(FAO)가 한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토 녹화에 성공한 특별한 국가’로 인정했다.
 
한국은 이 같은 저력을 토대로 개발도상국 산림 복원을 지원하고 있다. 몽골·인도네시아·미얀마 등의 산림 복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산림청은 몽골 그린벨트 조성사업 협약을 맺고 2007년부터 바양작·달란자드가드 등 몽골 사막지역 3000㏊에 나무를 심었다. 김 산림청장은 “황사와 미세먼지 차단 등을 위해 시작한 몽골과 중국 쿠부치(庫布其) 사막 조림 등 해외 산림 협력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