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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미세 플라스틱 공포에 소비자 혼란…과학적 원인 규명 시급

중앙일보 2019.10.29 00:02 3면 지면보기
생활용품 안전성 논란
요즘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자주 거론된다.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관심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장기적 과제로 떠오른다. 그런데 최근 생활용품, 심지어는 티백에서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의 공포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물질까지 미세 플라스틱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하면서 소비자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1·2차 구분해야
합성섬유·타이어 등에 1차 많아
생태계에 유입되지 않도록 막아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세 플라스틱을 ‘최대 직경 5㎜ 이하의 물에 녹지 않는 고체 플라스틱 입자’로 규정하고 있다. 화장품 안전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식약처는 2017년 7월 1일부터 세정, 각질 제거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에 한해 5㎜ 크기 이하의 고체 플라스틱, 즉 미세 플라스틱이 남아 있는 경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하수처리 시설에서 잘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강으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식약처가 규정 마련

이런 상황에서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달 25일 ‘시판되는 섬유 유연제 일부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섬유 유연제 12종에 대한 검사를 국가공인 시험·검사 기관인 KOT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총 5종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이 검사를 토대로 ‘50㎛ 미만의 캡슐로 추정되는 공 모양의 입자’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추정한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이번 발표에서 섬유 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을 인체 유해성과 연관 지으며 “미세 플라스틱은 입자가 작아 혈관·림프 체계를 통해 우리 몸에 침투해 간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8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첫 보고서인 ‘식수 속 미세 플라스틱’에서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고 밝힌 내용과 상반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이와 함께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논란을 부추겨 소비자에게 공포심만 조성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미세 플라스틱은 통상 1차와 2차로 나뉜다. 우선 1차 미세 플라스틱은 작은 미립자 형태로 만든 것으로, 환경에 직접 방출되는 플라스틱이다. 운전 도중 타이어가 긁히거나 옷을 빨 때 옷에 포함된 합성섬유가 마모돼 나오는 등 제조·사용·유지보수 중 큰 플라스틱이 마모돼 직접 환경에 방출하는 것도 1차 미세 플라스틱에 포함된다.
 
2차 플라스틱은 비닐봉지·페트병·빨대 등 큰 플라스틱 물체가 바다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작게 조각조각 난 것을 의미한다.
 
2014년 전 세계 자원 및 자연보호를 위한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실린 ‘해양 내 1차 플라스틱 보고서’에 따르면 1차 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많은 건 세탁 과정 중 옷에서 빠져나온 합성섬유 입자(35%)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차량용 타이어(28%), 자연적으로 발생해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먼지(24%) 순으로 많았다. 반면 1차 미세 플라스틱 가운데 생활용품에 있는 것은 2%에 불과했다.
 

2차 미세 플라스틱이 더 위험

그렇다면 1차와 2차 미세 플라스틱 가운데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해양 생태계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대부분 1차 미세 플라스틱이 아닌 2차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지적한다. 폐플라스틱 같은 2차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로 유입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설명한다.
 
‘해양 내 1차 플라스틱 보고서’를 비롯한 해외 많은 연구에서는 1차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폐수 처리 과정에서 하수 찌꺼기와 함께 대부분 없어지거나 처리된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르면 생활용품 속 미세 플라스틱은 1·2차 미세 플라스틱 총량의 0.2% 정도에 그친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본다면 화장품, 다목적 세정제나 주방 세제 같은 생활용품과 함께 농약·페인트 등에 포함된 물질도 미세 플라스틱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업계에선 “해당 물질을 대체할 물질이나 대안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인체·환경적, 사회경제학적 측면에서 위해성을 면밀하게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용품 분야에서 1차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규정이 없는 현 상황에서 이번 검사 결과는 무조건적 총구 겨누기식 탁상공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인체·환경적 위해성과 사회경제학적 측면에서의 면밀한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경보호를 위해 실생활에서 모든 미세 플라스틱 발생 요인을 제거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성과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책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며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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