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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영어시험 비용 논란에…日문부상 "분수맞게 노력해라"

중앙일보 2019.10.28 22:04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 [로이터=뉴스1]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 [로이터=뉴스1]

일본의 교육정책 수장인 문부과학상이 내년도 일본 대학입시제도에 도입되는 영어시험을 둘러싼 비용 논란이 일자 '분수에 맞게 하면 된다'고 발언을 했다 뭇매를 맞았다.  
 
2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지난 24일 BS후지 방송 프로그램에서 새 영어시험이 경제적·지리적 조건이 불공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자신의 키높이에 맞춰 승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내년 대입부터 토플(TOEFL) 등 민간시험 점수로 영어과목을 평가하기로 했다. 고3 재학생이 4~12월 응시한 2회의 시험 성적표를 지원대학에 제출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1~2학년 때 연습 삼아 보는 시험 횟수는 제한이 없는데다 응시료가 고액이라 학생들의 경제적 격차가 입시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 학생의 경우 시험을 보려면 도시로 나와야 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하기우다 문부상은 방송에서 사회자가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혜택 받은 학생이 유리한 게 아니냐'고 문제을 제기하자 "'입시학원에 다니고 있는 사람은 다 교활하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부잣집 자녀가 여러 번 시험을 치러 워밍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시험은 자신의 키 높이에 맞춰 2번을 선택해 승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생에서 자신의 의지로 한 두 번 고향에서 나와 시험을 보는 긴장감도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하기우다 문부상의 이같은 발언에 일본 누리꾼들은 "지방의 가난뱅이는 분수를 알라는 말이냐"며 반발했다. 야당·교육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교육의 기회를 얼마나 균등하게 만드느냐가 정치의 역할인데 이를 포기했다"며 "문부과학상에게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쿄(中京)대학 오우치 히라카즈(大内裕和) 교육학과 교수는 트위터에 "하기우다는 경제적 격차에 의한 교육 격차를 허용하는 발언을 했다"며 "하기우다가 말한 '키'란 본인의 노력이 아닌 출신 가정의 재력을 의미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기회 균등을 규정한 교육기본법에도 어긋나는 문제성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파문이 커지자 하기우다 문부상은 이날 "수험생에게 불쾌한 생각을 줄 수 있는, 설명이 부족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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