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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모자 연기흡입으로 숨져"…처지 비관 극단선택한 듯

중앙일보 2019.10.28 18:11
추석 연휴 전날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냉장고 속 모자 사망사건’은 두 사람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침입흔적이 없는 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모자가 불이 나기 전에는 살아 있던 상태에서 화재로 숨졌다는 소견이 나와서다.
지난 9월 11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과학수사대를 비롯한 감식팀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1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 과학수사대를 비롯한 감식팀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범죄 혐의점' 발견되지 않아 종결 방침
국과수 부검, 살아있던 상태에서 화재로 숨져
극단적 선택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

천안서북경찰서는 지난달 11일 오전 5시 22분쯤 충남 천안시 쌍용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A씨(62·여)와 아들 B씨(34)가 숨진 사건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연기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시체에 화상을 제외한 특별한 외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두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사건 직후 경찰은 두 사람이 화재로 인한 질식 등으로 숨졌는지,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숨진 상태였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이 냉장고 속에서 숨진 이유에 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사건 당시 두 사람은 거실 바닥에 놓인 양문형 냉장고 양쪽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냉장고는 문 2개가 모두 열린 상태로 전기 코드가 뽑혀 있었다. 냉장고가 작동하지 않았다. 시신은 바깥쪽이 그을렸지만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현장에서는 사건을 추정할만한 유서도 남아 있지 않았다.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출입문이 잠겨 있어 강제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은 3개의 잠금장치가 모두 채워진 상태였다.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영상에도 숨진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이 출입한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외부 침입에 따른 범행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9월 11일 충남 천안시 쌍용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가 현장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1일 충남 천안시 쌍용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가 현장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아파트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아들 B씨는 화재 발생 전날인 10일 오후 6시16분쯤 플라스틱 통을 들고 귀가했다. 어머니 A씨가 집으로 들어간 시간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B씨가 귀가한 뒤 다른 사람이 오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현장조사에서는 현관문 안쪽 틈에 청테이프가 붙여진 게 발견됐다. 화재로 인해 연기가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아파트 거실에는 인화성 물질을 담은 용기가 남아 있었고 발화장소도 여러 곳이었다. 주방의 가스 밸브는 잘린 상태였고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가스가 조금씩 새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화재는 40여 분만에 진화됐다.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번지면서 아파트 주민 수십여 명이 옥상 등으로 대피했지만 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현관문에 테이프가 붙여져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유족으로 A씨 남편과 큰아들이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따로 살았다고 한다. 유족들은 경찰 “오래 연락하지 않았고 왕래도 없어 알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11일 오전 충남 천안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안 냉장고에서 불에 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경찰과학수사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11일 오전 충남 천안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안 냉장고에서 불에 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경찰과학수사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찰 관계자는 “모자간 갈등으로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범죄 혐의점이 없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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