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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야말로 금수저 전형" vs "정시, 사교육 적고 공정"

중앙일보 2019.10.28 16:55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정시확대' 입장을 공식화하고 다음달 정시 상향 비율과 적용 시기 등을 밝히겠다고 발표하자 교육계는 다시 '학종파'와 '정시파'로 나뉘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교육계 분열
학종파 "EBS 문제풀이로 회귀 안돼
알고보면 수능이 진짜 금수저 전형"
정시파 "'학종=착한 전형'은 미신,
교사·대학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

앞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민공론화를 거쳐 '2022학년도 정시 30% 이상'이 결정됐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서울 상위권 대학의 정시 비중이 40~50%로 상향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시 확대 여부를 놓고 학종파와 수능파의 갈등이 재현됐다. 그간 학생부종합전형을 옹호해온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와 대학 관계자들은 정시확대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학종파 "알고보면 수능이 금수저 전형" 

학종을 지지하는 이들은 수능 중심 대입이 초래했던 학교 황폐화를 자주 언급한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수능 위주로 대학에 진학할 때 학생들은 학원에서 밤 늦도록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학원 숙제를 하거나 잠을 잤다"면서 "무너진 교실을 깨우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정부는 다시 10년, 20년 전으로 돌아가려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은 학종의 불공정성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정부는 정시 확대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놨다"며 "인과관계를 착각한 착오이자 패착"이라고 말했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도 "토론과 협업 중심의 수업, 동아리 등 다양한 교내활동이 가능해진 학교에서 'EBS 문제풀이반'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황당하고 어이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 정책위원은 "학종이 문제가 많은 제도인 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부작용을 하나씩 개선하면서 유지해온 건 교육의 방향성 면에서 옳았기 때문"이라면서 "오지선다 문제풀이로 회귀하겠다는 결정은 현 정부의 '교육철학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종파는 알고보면 학종보다 수능이 '금수저 전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 관계자는 "그간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일반고 학생들은 학종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고, 사교육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강남8학군 학생들이 정시를 선호했다"면서 "정시 확대는 결국 강남쏠림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입 정시 확대 찬반 국민여론 조사 결과. [사진 리얼미터]

대입 정시 확대 찬반 국민여론 조사 결과. [사진 리얼미터]

반면 정시파는 "학생을 위한 입시는 정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사단체와 대학의 학종 옹호를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높은데도, 교사와 대학이 정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시파 "학종 옹호는 기득권 지키기"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교사는 학생부 기재를 무기 삼아 학생 관리가 수월해진 것을 ‘교실이 살아났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대학은 학생 선발이 자유로운 학종을 유지하고 싶어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사의 지적·인격적 권위가 아닌 폭력적 권위가 강화된 것 같아 안타깝다. 정시 확대로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시 확대로 입시 공정성이 강화된다는 주장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종은 부모나 사교육이 대신해주는 게 가능하지만, 정시에서는 이들이 도움을 주는 역할밖에 못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부모의 지위에서 100% 자유로운 전형은 없지만, 그나마 정시가 학생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학종보다 더 공정하다”고 말했다.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측은 수능 위주 대입이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높다는 점을 든다. 학종이 확대되는 동안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도 비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시 비율이 2009년 56.7%에서 2019년 76.2%로 증가하는 동안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1만7000원에서 32만1000원으로 증가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내신 성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학생들이 학교별로 시험을 관리해주는 학원을 찾았고 학생부 관리를 위한 입시 컨설턴트도 성행했다"면서 "수능은 EBS나 인터넷 강의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사교육비가 학종에 비해 덜 든다”고 말했다.
 
학종이 사회 취약계층의 진학에 유리하다는 학종파의 주장엔 '부풀려진 미신'이라 비판했다. 이현 소장은 “학종 지지자들이 입시 결과를 발표할 때 일반전형 외에 농어촌·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전형(고른기회전형)까지 학종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왜곡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입 학종 폐지 및 정시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입 학종 폐지 및 정시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정시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28일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0%가 정시 확대를 원한다. 학종에 대한 국민 불만이 높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교육부가 진행 중인) 학종 실태조사에서 고교등급제에 대한 세간의 의혹도 일정 부분 드러날 것으로 본다"며 기존 정시파의 논리와 맞닿은 취지로 설명했다.  
 
대입을 둘러싸고 거듭되는 논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단체도 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상임대표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내놓은 수능개편안으로 나라가 정시파와 학종파로 갈렸고, 교육부 차관의 전화 한통에 2020대입 정시 비중이 늘어나는 등 혼란의 연속이었다"면서 "이번에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론화 결정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예측가능성과 신뢰가 생명인 교육정책을 정치적 도구, 표심잡기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수·전민희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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