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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좌파' 선택한 아르헨티나…포퓰리즘의 부활

중앙일보 2019.10.28 15:34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인(오른쪽)이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마주보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인(오른쪽)이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마주보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에서 4년 만에 다시 좌파가 집권했다. 아르헨티나 선거관리 당국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좌파연합 모두의전선의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48% 득표율(개표율 96%)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27일 대통령선거서 4년 만에 재집권
경제위기·부패로 물러났던 전 대통령이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다시 권좌 올라
페르난데스 당선인도 '페론주의자'

당선 요건은 득표율 45%다. 축구클럽 보카주니어스의 구단주 출신으로 친시장주의자인 마우리시우 마크리 현 대통령은 40% 득표율에 머물렀다.  
 
이날 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지지자들 앞에서 “정부가 다시 시민의 손에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페르난데스를 내일 대통령궁 조찬에 초대했다”며 “그는 정권 이양 준비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2003년부터 12년간 바통을 이어받으며 집권했던 ‘키르치네르 부부’의 귀환이기도 하다.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2003~2007년 집권)의 뒤를 이어 2015년까지 집권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이번엔 부통령 러닝메이트가 됐다.  
 
키르치네르 부부는 '페론주의'로 대변되는 남미의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다. 법학자 출신인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이들 부부보다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페론주의자다. 키르치네르 부부 정권 때는 내각을 이끄는 국무실장을 장기간 역임했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 집권 시절 아르헨티나는 이전보다 경제 상황이 좋았다. 감세와 임금 인상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먹힌 결과였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집권 말기엔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는 등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시장에선 무리한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여기에 정권의 부정부패 의혹까지 겹치며 결국 우파에 권력을 내줬다. 
 
페르난데스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이번 선거전에서도 어김없이 연금과 보조금 증액 등 포퓰리즘 정책을 꺼내 들었다. 저소득층과 노조는 이런 캐치프레이즈에 다시 힘을 실어줬다.  
 
마크리 정권이 이전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면서 등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가 더욱 큰 경제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3명 중 1명은 가난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페소화 하락에 따른 올해 물가 상승률은 50%를 넘어섰고, 실업률도 10.6%로 정권 발족 이후 가장 높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6%포인트 감소하고, 2년 연속 마이너스(세계은행 올해 예측 -3.1%) 성장률이 전망된다. 급기야 마크리 정부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60억 달러(약 66조원)의 금융 지원까지 받았다.  
 
페르난데스는 선거 기간 동안 마크리 정권이 IMF 지원금을 받고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피치·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우려하며 아르헨티나의 장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자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내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BBC는 페르난데스의 당선을 전하는 보도에서 “이들은 옛 정치로의 복귀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비판 세력을 설득하며 국가를 발전시켜야 하는 도전 앞에 서 있다”고 짚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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