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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안 본다는 북, 만나자는 남…철거 국면서 고심 깊은 정부

중앙일보 2019.10.28 15:19
김연철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철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수 요구와 관련해 ‘금강산 관련 당국 간 실무회담’을 28일 제안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와 현대 아산은 28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전달했다”며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며, 관광사업자가 동행할 것임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문서협의 北에 '만나자' 역제안
"금강산 관광 창의적 해법" 마련될까

북한이 25일 금강산 남측 시설 철수를 통보하며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면 된다”고 요구한 데 대해 정부가 실무회담을 하자고 역제의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국민 정서에 배치되고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남북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날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관련 협의를 통보한 데 대해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날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관련 협의를 통보한 데 대해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통지문에 회담 일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편리한 시기에 금강산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며 “북측이 실무회담 날짜를 정해 회담에 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과거 금강산 관광 관련 실무회담은 담당 국장급에서 이뤄졌다”면서도 “향후 북측과 협의를 통해 회담 대표단 구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금강산 실무회담을 제의한 건 시설 철수 문제가 단순한 사안이 아닌 만큼 당국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변인은 “정부로서는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해선 북측이 제기한 (철거) 문제까지 포함해 남북 간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북측이 말한 문서교환 방식도 실무적 문제들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및 활성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금강산 단독 개발을 선언한 북한을 만나 정부와 국민의 재산권에 해당하는 남측 시설 철거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을 설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조건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며 ▶달라진 환경들을 검토해 금강산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창의적 해법은 달라진 국제 정세와 환경, 남북관계 진전, 국민적 공감대 등을 반영해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에서도 (금강산) 관광을 어떻게 육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있는 것이고, 그에 따른 북측 입장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해 가면서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시스]

현대아산도 이날 북측 금강산국제관광국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 “금강산 지구의 새로운 발전방향에 대한 협의를 제의했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초청행사에서 “기존의 (금강산) 관광 방식은 유엔 안보리 제재 때문에 그대로 되풀이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방식의 관광 재개 해법을 시사했다. “관광 자체는 유엔 안보리 제재(위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지만 관광의 대가를 북한에 지급하는 것은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면서다.이에 따라 개별 개인 관광, 관광 대가를 대량 현금(벌크캐시)이 아닌 현물 지급 등의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에 미국이 수용할지 여부 등 문제가 간단치 않다. 미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북·미 비핵화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판단해 그동안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또 북한이 정부의 실무회담 제안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북한이 금강산 시설 철수를 일방 통보하며 문서협의 방식을 제의한 건, 정부와 대면 접촉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내부적으로 이미 금강산 독자 개발을 결정하고, 정부에는 통보만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변인은 “일단 대북 통지문을 보냈기 때문에 북측의 반응을 당연히 기다려봐야 될 것 같다”며 “예단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경비병이 쏜 총에 사망한 뒤 중단됐다. 이후 남북관계 단절, 북·미 비핵화 협상 등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하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측 시설 철거 지시’로 최대 위기에 처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23일 김 위원장의 금강산 지역 현지지도를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해 남측기업들이 건설한 시설물을 철거토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제2온정각, 해상호텔(해금강호텔) 등을 돌아보고 해당 시설물들이 민족성이 반영되지 않았고, 낙후했다고 꼬집었다.  
또 금강산관광을 진행했던 ‘선임자’들을 비판한 뒤, 자체적으로 금강산 관광지구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도 내렸다. 남북 관계의 옥동자로 여겨졌던 금강산 관광을 남측과 경협 형태가 아닌 독자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후 북한은 지난 25일 오전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된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남북이 합의하는)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남측)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고 알렸다. 이어 ”실무적 문제들을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북측의 이런 강공책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가운데 자체적으로 관광객을 모집해 운영하겠다는 의도이자 한국과 미국을 향한 압박이라는 분석이 많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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