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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에 엄격하던 모범생, 어쩌다 '잔혹함의 끝' IS 수장됐나

중앙일보 2019.10.28 15:16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공식 미디어 알푸르칸이 공개한 영상에서 지난 4월 30일 캡처한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모습. [AFP=연합뉴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공식 미디어 알푸르칸이 공개한 영상에서 지난 4월 30일 캡처한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모습. [AFP=연합뉴스]

 
‘제2의 오사마 빈 라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망을 공식 선포한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알바그다디에게 가장 많이 사용된 수식어다. 미국 정보당국이 알바그다디에게 걸었던 현상금이 2500만달러(약290억원)인데, 9.11 테러를 일으킨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에게 걸었던 현상금과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빈 라덴 만큼 잡고 싶어 한 알바그다디는 테러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잔혹한 IS 통치의 대명사였다.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매몰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를 아는 친구, 동료, 친인척 등 17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알바그다디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부끄럼을 많이 타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알바그다디는 1971년 이라크 중북부 사마라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이브라힘 알리 알바드리 알사마라이로 알려졌다. 매우 보수적인 수니파 아버지 밑에서 다섯 형제와 여러 누이와 함께 자랐다고 한다.  
 
알바그다디 [AP=연합뉴스]

알바그다디 [AP=연합뉴스]

학업성적은 우수한 편이었으며, 특히 경전 암기와 낭송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후 바그다드대학 이슬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지인 중 일부는 그가 그토록 많은 추종자를 거느릴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목소리'를 꼽기도 했다. 알바그다디가 기도를 이끌었던 한 사원의 주인은 "그의 목소리는 달콤했고, 영적으로 모스크와 연결돼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부터 주변인들에게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이 사원 주인이 담배를 피우자 알바그다디는 "숨 쉴 때마다 나는 그 냄새가 천사를 도망가게 할 것"이라며 꾸짖기도 했다고 한다.  
 

잔혹한 통치의 대명사

알바그다디는 2014년부터 3년간 IS의 수장으로 조직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전 세계 300여국에서 IS 대원을 모집했으며, IS 영토를 한때 영국의 국토만큼 넓혀놓았다. 세계가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자신들을 '국가'로 칭하며 나름의 '통치방식'도 있었다.  
 
알바그다디의 통치방식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NYT에 따르면, 그가 통치하는 IS 내에서 간통을 저지른 여성은 돌에 맞아 죽었고 도둑은 양손이 잘리는 잔혹한 처벌을 받았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남성들이 T-55 탱크에 깔려 죽거나 '동물처럼 도살당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특히 알바그다디는 이런 처형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공개했는데, 이는 같은 이웃 이슬람 국가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잔혹한 방식이었다. 또한 생포한 요르단 전투기 조종사를 우리에 넣어 화형시키고, 이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해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기도 했다.   
   
단순한 테러조직을 넘어 국가를 참칭하고 자체 행정·사법 조직을 운영했는가 하면 화폐도 따로 발행할 정도로 IS는 한때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근거지인 이라크, 시리아는 물론 북아프리카, 예멘,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장조직이 IS의 지부를 자처했다. IS는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의 유전지대를 장악해 '가장 부유한 테러조직'으로 불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장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개처럼 죽었다' 처참한 말로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UPI=연합뉴스]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UPI=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IS 격퇴 작전으로 이라크 및 시리아에서 근거지를 잃은 IS는 이후 세력이 쇠퇴했다. 알바그다디도 미국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둔 생활을 했다. 야흐야 라술 이라크 연합사령관은 "알바그다디는 항상 누가 자신을 배신할까 두려워했다"며 "그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 그는 미군에 생포된 그의 부인이 넘긴 정보로 인해 은신처가 드러났으며, 이곳에 대한 미군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으로 27일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서부에서 이뤄진 이번 작전을 위해 8대의 군용헬기로 미군 특수부대를 투입했으며, 알바그다디는 군견에 쫓겨 도망가던 중 막다른 터널에 이르자 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밤 미국은 세계적인 테러리스트 조직의 우두머리가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했다"며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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