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정위 굴욕···김상조의 '물량 밀어내기' 철퇴, 법원서 퇴짜

중앙일보 2019.10.28 14:59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위원장 시절 철퇴를 내린 현대모비스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건이 공정위의 완패로 끝났다. 법원이 형사 사건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 행정소송에서도 모비스 손을 들어줬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7일 현대모비스가 제기한 시정 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 현대모비스가 승소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심리도 하지 않고 사건을 마치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원심판결이 명확한 만큼 더는 따져볼 게 없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대리점에 부품을 강매하는 ’밀어내기식‘ 영업을 한 혐의로 현대모비스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전ㆍ현직 임직원을 형사 고발했다.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4년간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1000개 대리점에 부품을 강매한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위원장이 공정거래 질서를 어지럽히는 기업에 대해선 법인뿐 아니라 임원 등 개인에 대해서도 형사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뒤 첫 임원 고발 사례였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현대모비스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모비스 대리점 100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을 때 400여곳에서 부품 밀어내기가 있었다고 답한 내용을 증거로 냈지만, 상당수 대리점이 검찰에서 “피해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거나 검찰 출석을 거부했다. 모비스와 계속 거래를 해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실명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셈이다.
현대모비스 충주 공장 전경. [뉴스1]

현대모비스 충주 공장 전경. [뉴스1]

행정소송에서도 설문조사가 문제가 됐다. 공정위가 법원에 제시한 이들 대리점의 응답서에는 대리점 실명이 빠졌다. 서울고법은 실명이 없는 설문조사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보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비스 손을 들어줬다. 또 ▶모비스가 대리점에 반품을 전제로 판매했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 ▶구입한 부품을 반품하는데 객관적인 어려움이 없었으므로 강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 ▶대리점이 현대모비스로부터 부품을 구입해서 입은 불이익이 없다는 점 등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심리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쳤다.
 
법원 판단으로 공정위는 체면을 구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리점 밀어내기 관행에 대해 제재한 사건인데 대법원이 모비스 손을 들어줘 당혹스럽다”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갑질을 제재할 때 피해자 진술이 결정적인데 법원에서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아 조사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