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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만 붙였는데… 유리벽 머리 박는 새 35마리→2마리

중앙일보 2019.10.28 12:00
유리벽에 충돌해 죽은 새들. [사진 국립생태원]

유리벽에 충돌해 죽은 새들. [사진 국립생태원]

충남 천수만은 해마다 300종이 넘는 철새가 날아드는 주요한 철새 도래지다.
 
그런 서산시 천수만 간월호~부남호 사이를 지나 ‘버드랜드’로 가는 649번 지방도 양쪽에는 투명 아크릴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천수만 인근을 날아다니던 새들이 투병한 유리벽을 보지 못하고 부딪혀 폐사하는 일이 잦았다.
천수만 인근 '버드랜드'로 향하는 길 양쪽에 설치된 유리벽 11곳(노란색 점)에 대한 조사 결과 6개월간 214마리의 새가 방음벽에 머리를 부딪혀 폐사했다.[자료 환경부]

천수만 인근 '버드랜드'로 향하는 길 양쪽에 설치된 유리벽 11곳(노란색 점)에 대한 조사 결과 6개월간 214마리의 새가 방음벽에 머리를 부딪혀 폐사했다.[자료 환경부]

5개월간 조사한 11곳을 조사한 결과, 그 중에서도 고잠교차로에서 가장 많은 35마리 폐사체가 발견됐다.
 
박성희 씨 가족은 지난 6월 8일 고잠교차로 인근 2단 방음벽 100m 구간에 스티커를 붙였다.
조류 충돌을 방지하는 스티커다.
 
스티커를 붙이면 그간 유리벽을 보지 못했던 새의 시각으로도 ‘지나갈 수 없는 곳’으로 벽이 식별돼, 새가 벽을 피해 날아가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5x10cm 간격으로 붙은 불투명 스티커. 이정도 연한 표시만으로도 새들이 벽을 인지하고 충돌을 막는 효과가 있다. [자료 환경부]

5x10cm 간격으로 붙은 불투명 스티커. 이정도 연한 표시만으로도 새들이 벽을 인지하고 충돌을 막는 효과가 있다. [자료 환경부]

 

투명 유리벽에 새가 충돌하는 걸 막기 위해 환경부가 안내한 5x10cm 자료. [자료 환경부]

투명 유리벽에 새가 충돌하는 걸 막기 위해 환경부가 안내한 5x10cm 자료. [자료 환경부]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기 전과 후의 폐사체 수 차이. [자료 환경부]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기 전과 후의 폐사체 수 차이. [자료 환경부]

스티커 부착 후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6월 8일 스티커 부착 이후 10월까지 5개월간 발견된 폐사체는 6%에 불과한 2마리뿐이었다.

 
박 씨 가족의 프로젝트 ‘5*10 작은 기적’은 환경부‧국립생태원에서 공모한 ‘조류충돌 저감 관련 우수실천사례’ 중 1위를 차지했다. 
환경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성희씨 가족이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자료 환경부]

환경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성희씨 가족이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자료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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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음벽 등에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환경부는 29일 국립생태원에서 충청남도‧순천시와 ‘조류충돌 저감 선도도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후 건축물과 투명방음벽에 조류충돌을 줄이는 선도도시 조성 사업을 위한 추진 방향과 지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조류충돌 저감을 홍보하기 위한 국민 공모전 우수작품 시상도 진행한다.
UCC분야 최우수상은 이상규 씨의 ‘하루 2만 마리가 폐사, 조류충돌의 피해현황 및 예방 방법 영상’이 차지했다.
 
이번 협약은 5년간 지속한다.
그동안 환경부와 지자체는 유리창‧방음벽 등에 조류충돌 방지를 위한 시설을 마련하도록 인‧허가를 내주고, 민원을 해결하고, 공동 심포지엄 등을 여는 등 협조할 계획이다.
 
환경부 이호중 자연보전정책관은 “도시에 건축물 유리창, 투명 방음벽 등이 많아지면서 투명한 유리창에 충돌하여 폐사하는 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라며 “조류 충돌 저감 대책이 다른 도시도 전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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