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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인절미' 파는 교토 이 식당, 어떻게 1000년 이어 왔나

중앙일보 2019.10.28 08:00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22)

일본의 교토상인 '아킨도' 중에서 으뜸은 구운 인절미 하나를 24대에 걸쳐 1008년을 이어오며 아직도 영업 중인 '이치와'이다. 1008년 영업이 끊어지지 않았는데 일본의 노포점포 중 역사가 3위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사진 재팬 트래블]

일본의 교토상인 '아킨도' 중에서 으뜸은 구운 인절미 하나를 24대에 걸쳐 1008년을 이어오며 아직도 영업 중인 '이치와'이다. 1008년 영업이 끊어지지 않았는데 일본의 노포점포 중 역사가 3위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사진 재팬 트래블]

 
얼마 전 중국 쓰촨성 한국 대표처의 임원과 미팅을 하면서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인 쓰촨 요리점을 한국에 들어오는 컨설팅을 수행한 적이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파두부의 원조인 진마파는 100년이 넘은 맛집으로 아직도 쓰촨성의 수도인 청두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중국훠궈의 대부격인 쓰촨 훠궈집과 전통 요리점 등 백 년이 넘은 가게가 수십 곳이 넘는 곳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쓰촨성 한곳이 이럴 진데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면 백 년 넘게 명맥을 이어가며 아직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백년식당은 아마도 수백개가 넘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까운 일본을 보면 더 오래된 식당들이 즐비하다. 일본에서 교토상인을 아킨도라 부른다. 아킨도는 특별한 경영비법을 가진 상인 중의 상인이라는 뜻이다. 이 아킨도 중 으뜸은 구운 인절미 하나를 24대에 걸쳐 1008년을 이어오며 아직도 영업 중인 이치와라는 점포다. 1008년 영업이 끊어지지 않는 이치와인데도 일본의 노포점포 중 역사가 3위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물론 일본에 백년식당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게 사실이다.
 
어떻게 그 오랜 세월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내려왔냐고 물으면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제일 잘하는 사람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자식도 친족도 아닌 제일 잘하고 제일 실력 있는 사람에게 물려주고, 그 사람이 나이가 많지 않아도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심지어는 10대라도 그 당대에 이치와를 제일 잘 계승할 사람에게 물려주기에 천 년을 이어 왔다고 말한다. 소름 돋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백 년 넘은 식당 아니 기업이 몇 개나 있는가. 오죽하면 부자도 삼대가 지나면 망한다는 격언이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식당은 자식이나 며느리가 물려받아 운영하지 주방장이 물려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치열한 창업 시장에서 묵묵히 음식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운영하는 노포식당을 찾아내 전수받으면 그나마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폐업을 각오해야 한다. [사진 Pexels]

치열한 창업 시장에서 묵묵히 음식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운영하는 노포식당을 찾아내 전수받으면 그나마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폐업을 각오해야 한다. [사진 Pexels]

 
창업 시장은 대부분 먹고 먹히고 치열한 정글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유명세를 보고, 실력 없는 그들이 건네는 명함을 보고, 노련한 경력 운운하는 입담을 보고 재산을 쏟아 넣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찾아보면 백 년은 되지 않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오직 고객만 바라보며 달려온 아주 괜찮은 노포식당들이 꽤 있다. 간판도 없고 차도 잘 안 다니는 외진 곳에 있으며 규모도 너무 작아 하루에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없지만, 묵묵히 음식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운영하는 그런 노포식당을 찾아내 전수받으면 이 치열한 정글에서 그나마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창업하는 순간 폐업을 각오해야 한다. 문을 열기는 쉽다. 그 문을 언제까지 열 수 있는가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 판단도 자기의 몫이다. 제일 잘하는 사람에게 물려주었기에 1008년을 이어온 이치와처럼 제일 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 비단 식당뿐 아니라 세상 사는 이치가 그렇다는 얘기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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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필진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 국내 대표적인 외식브랜드와 식당 300여개를 오픈한 외식창업 전문가다. 지난 30여년간 수 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폐업을 지켜봤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창업강의 등을 통해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갱생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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