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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실제 같은 전투기 조종 VR 체험하고, 군인처럼 초대형 수송기 타보고

중앙일보 2019.10.28 07:20
각 잡힌 군복을 입고 절도 있게 걷는 군인들, 매서운 눈빛의 검은 양복 요원들이 사방에 가득했습니다. 회색 전투기 2~3대가 굉음과 함께 머리 위로 날아갑니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발을 내디뎠던 이곳은 서울공항입니다. ‘ADEX 2019(이하 아덱스전)’이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가 열리는 현장이죠.  
“정지,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위병(경비 임무를 맡은 병사)이 학생기자들에게 출입 목적을 물었습니다. 아덱스전 취재라고 방문 목적을 말하자 “통과”란 말과 함께 입장이 허락됐죠. 최신 전투기와 탱크, 미사일이 가득한 아덱스전이 열리는 서울공항은 평소엔 대한민국 공군 제15 특수임무비행단과 미국 육군 항공대대가 주둔하는 공군기지라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ADEX 2019’가 열리는 서울공항을 찾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ADEX 2019’가 열리는 서울공항을 찾았다.

프레스 센터에서 취재 허가를 받고 장내로 입장하자 눈앞에 큰 전시관이 보였습니다. 국가를 방위하는 데 필요한 무기·장비들을 만드는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는 곳이죠. 록히드마틴·보잉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한화·LIG넥스원 등의 국내 기업들의 부스가 눈에 들어오네요.
학생기자들이 향한 곳은 4곳의 전시관 중 록히드마틴이 자리한 A관이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F-35A, F-16 파이팅 팔콘, T-50 골든 이글, FPS 117레이더 등 대한민국 국방 임무 수행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군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만든 세계적인 기업이기도 하죠.
장희우 학생기자가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35A’ 훈련용 비행 시뮬레이션 장비를 체험하고 있다. 실제 조종사들이 훈련하는 것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VR 체험 비행을 할 수 있는 장비다.

장희우 학생기자가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35A’ 훈련용 비행 시뮬레이션 장비를 체험하고 있다. 실제 조종사들이 훈련하는 것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VR 체험 비행을 할 수 있는 장비다.

“Welcome, student reporters(학생기자 여러분, 어서 오세요).”
록히드마틴 한국 지사장인 로버트 랭이 소중 기자단을 맞이했어요. 옆에는 커다란 F-35A 전투기 모형이 있었죠. F-35A는 성능이 너무 좋아서 ‘외계인과 싸울 때 사용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는데요. 이 전투기를 올해 도입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한 국가가 됐습니다. 그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스텔스 기능이 탑재돼 있고, 작전 중 공중에서 급유(연료를 넣는 것)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전투기는 대체 어떻게 조종하는 걸까요. 랭 지사장이 웃으며 학생기자단을 부스 한구석으로 안내했습니다. 복잡한 계기가 가득한 커다란 모니터와 신기하게 생긴 조종간이 달린 의자가 나타났어요. 가상현실(VR) 헤드셋이 부착된 비행 시뮬레이션 장비라고 하네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전투기를 조종해 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실제 조종사들이 F-35A를 조종하기 전 훈련하는 ‘프리페어드’란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장비입니다.
‘플레인빌더’ 체험존에서 가상 공간의 전투기 조립을 하고 있는 권소윤 학생기자. 지팡이 모양의 장비를 움직여 엔진·날개 등을 조립한다.

‘플레인빌더’ 체험존에서 가상 공간의 전투기 조립을 하고 있는 권소윤 학생기자. 지팡이 모양의 장비를 움직여 엔진·날개 등을 조립한다.

긴말 하지 않고 바로 VR 기기를 머리에 쓴 학생기자들은 곧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조종법이 조금 복잡해 보였지만 과감하게 조종간을 당기자 기체가 360도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바다 위, 산꼭대기, 대기권 근처까지 다양한 가상 세계를 마하 1.6의 속도로 비행했어요. 물론 이 장면들은 VR 기기를 쓴 학생기자들만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죠. 밖에서 보면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정도로 보였어요.
정희윤 학생기자가 거대한 몸체를 가진 허큘리스 수송기 앞에서 신나게 뛰어올랐다.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이 수송기의 전 세계 총 운용 시간은 무려 200만 시간에 달한다.

정희윤 학생기자가 거대한 몸체를 가진 허큘리스 수송기 앞에서 신나게 뛰어올랐다.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이 수송기의 전 세계 총 운용 시간은 무려 200만 시간에 달한다.

각자 비행을 마친 학생기자들은 부스 오른쪽에 자리한 ‘플레인빌더’ 체험존으로 향했습니다. 전투기를 직접 정비하면서 비행의 기초 원리를 배우기 위해 설계된 체험존입니다. 머리엔 VR 기기를 쓰고 양손에 지팡이 모양의 무선 장치를 손에 들고 전투기를 개조할 수 있죠. 이 시스템은 정비에 필요한 모든 공식을 자체 계산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지팡이만 휘두르면 전투기 한 대를 뚝딱 만들 수 있게 돼 있어요. 몸체·엔진·날개 등의 각 부분을 정해진 부분에 끼워 넣자 프로그램이 스스로 양력(하늘을 날게 하는 힘)과 중력(지구와 물체가 서로 당기는 힘)을 계산해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마크 2’ 수트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죠. 전투기 조립이 완성되면, 모니터에 출력된 완성품을 종이비행기 날리듯 손을 휘둘러 화면 끝에서 끝까지 날려 보낼 수도 있어요. 학생기자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투기를 조립하고 날려 보냈죠.
활주로에 전시된 국산 전투기 ‘FA-50’ 조종석에 올라 기체를 살펴보는 정희윤·권소윤·장희우(왼쪽부터) 학생기자.

활주로에 전시된 국산 전투기 ‘FA-50’ 조종석에 올라 기체를 살펴보는 정희윤·권소윤·장희우(왼쪽부터) 학생기자.

 
이번엔 야외전시장으로 가서 실제 항공기와 전차들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밖으로 나가는 대신 B관을 거쳐 나가는 길을 택했는데, 이곳에 전시된 다양한 장갑차와 드론을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B관 안으로 들어서자 각종 장갑차와 고정밀유도탄 등이 보였습니다. 사람보다 훨씬 큰 비행기 형태를 한 군용 드론도 있었어요. 우리가 흔히 보는 4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모습의 드론과는 달리, 조종석이 없는 머리 부분 뒤로 수평의 날개가 길게 뻗어 있는 모습입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본 드론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이런 거대한 장비들로 나라를 지킨다니 모습을 보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기분입니다.  

아덱스전 야외에 전시된 해상작전용 헬리콥터 ‘MH-60 시호크’는 긴박한 전투상황에서도 공중강습이나 부상병 후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아덱스전 야외에 전시된 해상작전용 헬리콥터 ‘MH-60 시호크’는 긴박한 전투상황에서도 공중강습이나 부상병 후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LIG넥스원 부스에는 근력증강 로봇도 전시돼 있었습니다. 로봇에 탑재된 프로그램이 사람의 동작 의도를 인지해 그 동작에 따라 인체 근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장치라고 합니다. 이 로봇을 착용하면 무거운 무기를 들고 산과 같은 험준한 지형에서도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죠. 단순한 구조의 총과 총알만 들고 전투에 나서던 과거와는 달리, 정밀 유도탄이나 야간 투시경과 같이 더 복잡하고 무거워진 각종 장비를 들어야 하는 미래의 군인들을 위한 보조 기술입니다. 최대 55㎏ 무게까지 별 힘들이지 않고 거뜬히 들 수 있는, SF 영화에 나올 법한 미래 보병의 핵심 장비입니다.    
야외로 나가자 넓은 활주로 위로 블랙이글스 편대가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블랙이글스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입니다. 일반 전투기와 달리 노란색·검은색 등으로 화려하게 몸체가 도색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편대 너머로 패트리어트·신궁·천궁·발칸·미스트랄 등 수많은 전차와 미사일도 볼 수 있었죠.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한 소중 학생기자단. 비행기에 탑승한 군인들은 이렇게 앉아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작전 지역으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다.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한 소중 학생기자단. 비행기에 탑승한 군인들은 이렇게 앉아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작전 지역으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다.

활주로 중간까지 걸어간 학생기자들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됐습니다. 녹색으로 몸체가 도색된 뚱뚱이 비행기였죠. ‘C-130J 슈퍼 허큘리스’라는 초대형 수송기(사람·화물의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비행기)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이 수송기는 2019년 현재 200만 시간 이상 운용될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그만큼 성능이 뛰어나단 것이겠죠. 수송기 앞으로 가자 한 군인이 학생기자들을 안내했습니다. 그는 “이 비행기 안에 탄 군인들은 작전 신호가 떨어지면 뒤쪽으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린다”고 설명했습니다. 호기심에 수송기 안에 들어간 학생기자들은 작전에 투입될 군인들처럼 기내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했죠. 이런 거대한 기체를 타고 공중에서 뛰어내린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넘칩니다.
공중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모습의 F-35A 기체 모형. F-35A는 한국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로,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으면서도 공중에서 연료를 채워 넣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공중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모습의 F-35A 기체 모형. F-35A는 한국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로,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으면서도 공중에서 연료를 채워 넣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학생기자들은 수송기 옆에 있는 날렵한 모습의 전투기로 향했습니다. ‘FA-50’이란 이름의 국산 전투기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작한 경공격기(작은 체급의 전투기)죠. 덩치가 작다고 무시해선 안 됩니다. 이 전투기의 최고 속력은 F-35A(마하 1.8)에 버금가는 마하 1.5입니다. 작은 만큼 빠르고 날쌔기 때문에 적 전투기가 많은 상황에서도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최대 4.5t의 무장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FA-50 조종석에 올라간 학생기자들은 활주로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이들의 시선에 대답이라도 하듯 전투기 한 대가 ‘콰콰콰’ 소리와 함께 서울공항 상공을 지나갑니다.
글= 김록환 객원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이상윤(오픈스튜디오), 동행 취재=권소윤(경기도 초림초 5)·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정희윤(경기도 이매초 4)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울공항에서 에어쇼를 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전투기와 전차들이 전시된다는 내용이 처음에는 제 관심을 딱히 끌지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VR 기기를 체험한 게 정말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그동안 전투기 등 우리나라를 지키는 무기들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많은 것들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권소윤(경기도 초림초 5) 학생기자 
 
아덱스전에 입장하자마자 전투기가 지나가며 내는 큰 소리가 들렸는데, 도시 옆 공항인데도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어요. 이리저리 곡예를 하며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생소해서 넋 놓고 바라보게 되었죠. 부스에 들어가 전투기를 조종해 보는 가상현실 체험도 인상 깊었어요. 조종이 어려웠는데, 새삼 전투기 조종사들이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다는 F-35A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잘 모르던 분야라 걱정했지만, 신기한 지식을 많이 얻게 됐습니다.
-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 학생기자 
 
미래의 군인들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나라를 지키는 전투기는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알고 와서 좋았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지만 나중에는 전투기 강국이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죠. 너무 재미있어서 가족과 또 다녀왔어요. 공 대신 드론을 골대에 넣는 드론 축구대회도 신기했죠. 과거 드론은 조작하면 실제 기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공백이 있었는데, 지금은 시간차가 거의 없이 방향전환이 빠르게 돼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정희윤(경기도 이매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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