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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간이측정기 믿어도 될까…직접 비교해봤다

중앙일보 2019.10.28 06:00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세먼지 수치를 볼 수 있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에는 어린이집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이나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도 간이측정기를 활용해 미세먼지 수치를 공개한다.
 
개인들 사이에서도 휴대용 간이측정기를 구매해 주변 농도를 확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국환경공단의 조사 결과, 지난 8월 기준으로 300여 개의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모델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앞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에도 미세먼지 간이측정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인 수요를 제외하고도 약 40만 개의 간이측정기가 전국에 확산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만 원~수천만 원까지 가격 천차만별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환경부, 연합뉴스, 샤오미]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환경부, 연합뉴스, 샤오미]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란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말한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의 공식 측정망에서 사용하는 미세먼지 측정기는 포집된 미세먼지 중량을 저울로 재는 중량법과 미세먼지에 흡수되는 베타선의 양으로 농도를 자동 측정하는 베타선법을 사용한다.
 
포털 사이트나 대부분의 미세먼지 앱은 여기서 나온 공식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
측정소를 하나 설치하려면 수억 원의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간이측정기는 공식 측정기와 달리 주로 광산란법을 쓴다.
미세먼지 입자에 빛을 비췄을 때 산란하는 빛의 양을 이용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간이측정기도 몇만 원짜리 휴대용 모델에서부터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사양 모델까지 가격대별로 다양하다.
최근 KT와 SKT 등 통신사에서는 간이측정기를 설치해 수집한 미세먼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기기별로 수치 제각각…경향은 비슷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에서 실내 체임버를 이용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에서 실내 체임버를 이용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그렇다면 간이측정기는 공식 측정기와 비교해 얼마나 정확할까?
 
중앙미세먼지대책본부(중미본)은 휴대용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의 정확도를 실험하기 위해 한국환경공단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을 찾았다.

먼지알지 사이트 바로가기 ▶ https://mgrg.joins.com/

 
이곳은 지난 8월부터 시행된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제에 따라 실제 간이측정기의 성능을 시험하고 등급을 부여하는 공식 성능인증기관이다.
 
실험 대상으로는 시중에서 10만 원 안팎에 판매되는 국내 A사와 수입 B사의 휴대용 간이측정기가 사용됐다. 두 제품을 각각 실내 체임버에 넣고 인위적으로 미세먼지를 주입한 뒤에 농도 변화(50㎍/㎥·100㎍/㎥)에 따라 기준 측정기와 비교해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했다.
 
실험을 진행한 백광호 한국환경공단 환경측정기검사부 대리는 “측정기가 어떤 특정 농도 레벨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농도를 찍을 수 있는지 ‘반복 재현성’을 확인하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실험 결과, 기준 측정기와 경향은 비슷했지만 수치에서 오차를 보였다.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실험 결과, 기준 측정기와 경향은 비슷했지만 수치에서 오차를 보였다.

실험 결과, 두 제품 모두 미세먼지 농도의 변화에 따라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다만, 절대적인 수치에서는 기기별로 차이가 났다.
 
국내 A사는 기준 측정기 대비 42~74%의 수치를 보였다. 그만큼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측정됐다는 뜻이다.
 
반대로 수입 B사는 기준 측정기 대비 91%~112%의 수치를 보였는데, 일부 구간에서 농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환경부가 2016년에 실내공기질 간이측정기와 실내공기질 측정치가 표시되는 공기청정기 등 17개 제품의 정확도를 조사한 결과, 공정시험기준인 중량법과 비교한 체임버실험에서 오차율이 51%~90%로 확인됐다.
 

“수치보다는 경향 파악하는 데 활용”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 옥상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기.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시설 옥상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기. [한국환경공단]

물론, 이 실험만 가지고 간이측정기의 정확도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습도나 온도 같은 외부 환경 요인을 철저하게 통제한 채로 농도 변화만 시험했기 때문이다.
   
백 대리는 “(간이측정기의 정확도는) 온도나 습도 그런 다른 환경 요인들을 얼마나 잘 제어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며 “고가의 간이측정기는 습도를 제거하거나, 일정량의 유량을 뽑아낼 수 있는 펌프를 사용하는 등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부속들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등급별 활용방안. [초미세먼지 간이측정기 가이드북]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등급별 활용방안. [초미세먼지 간이측정기 가이드북]

실제로 이곳에서는 야외 옥상에서 공식 측정기와 수치를 비교하는 정확도 시험을 거친 뒤에 평가 결과에 따라 4단계의 등급을 부여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이렇게 공식 등급을 받은 간이측정기가 출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등급이 낮을수록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의 절대적인 수치를 믿기보다는 장소·시간별 차이 등 경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종국 한국환경공단 환경측정기검사부장은 “가정용으로는 높은 등급이 아니어도 충분하겠지만, 공공시설이라든가 대중에게 알릴 용도로 썼을 때는 높은 등급을 갖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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