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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먹으면 때리는 아들…어머니는 끝까지 용서했다

중앙일보 2019.10.28 06:00
[연합뉴스]

[연합뉴스]

7월 5일 오전 4시 30분쯤 서울 성동구에 사는 A씨(32)는 잠을 자고 있던 어머니(65)에게 소리를 지르며 폭력을 가했다. 자신의 벌금을 대신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머니는 머리에서 피를 흘렸다. 다음날 새벽에도 아들의 폭행은 이어졌다.
 
결국 A씨의 행동(존속상해‧존속상습폭행)은 수사기관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어머니를 상습 폭행했다고 지적했지만, A씨는 재판에서 "폭행의 상습성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이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A씨의 폭행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A씨의 가족이 경찰에 “언젠가부터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더니 2009년부터 욕과 폭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다수의 신고 기록도 있었다. 2016년 3월 이후 A씨가 어머니와 가족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받은 횟수는 6건이었다. 올해 3월에는 어머니가 경찰에 “아들이 취해서 때렸다”며 “오늘은 더 위협적이어서 칼이고 뭐고 다 숨겼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그동안 한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용서하면 국가기관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여서다.
 
그동안 어머니는 번번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은 사건을 그대로 종결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폭행죄가 아닌 상해죄로 기소돼 A씨는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16일 “이 사건은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반인륜적인 범행”이라며 “그동안 선처가 있었음에도 거듭해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머니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어머니는 끝까지 아들을 용서한 것이다.  
 

노인 학대행위자 79%는 친족…재발 비율 높아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18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 학대 가해자 5665명 중 친족이 4469명(78.9%)을 차지했다. 가해자 중에선 아들이 2106명(37.2%)으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1557명(27.5%), 딸 436명(7.7%)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에 의한 노인 학대는 재발 비율이 높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됐다가 다시 학대가 발생한 건수는 지난해 488건이었는데, 이중 절반 가까이는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228건, 46.7%)에서 벌어졌다.
 
첫 학대 가해자 중 아들의 비율이 36.1%인데, 재학대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들인 비율은 48.8%로 더 높았다. 반면 요양병원 등 기관의 가해 비율은 15.1%(첫학대)에서 1.2%(재학대)로 낮아졌다. 보고서는 “기관은 학대 사건 발생 뒤 행정처분 등의 처벌을 받게 돼 한 사람에 대한 재학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자녀가 폭행 가해자인 사건에서는 신고와 처벌로 이어지는 일이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피해 노인 상담을 통해 자녀와 떨어져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이 확고하면, 기관 관계자가 매일 피해 어르신 댁에 찾아가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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