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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자 ‘블루길’, 유전자 조작해 퇴치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9.10.28 05:00
충북 옥천군은 반복되는 퇴치 활동에도 대청호를 점령한 배스·블루길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자 2009년부터 해마다 대청호 연안 어민을 대상으로 외래어종 수매를 하고 있다. 올해 수매가는 1㎏에 3200원이다. [연합뉴스]

충북 옥천군은 반복되는 퇴치 활동에도 대청호를 점령한 배스·블루길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자 2009년부터 해마다 대청호 연안 어민을 대상으로 외래어종 수매를 하고 있다. 올해 수매가는 1㎏에 3200원이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큰입배스와 함께 생태계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외래어종인 블루길(파랑볼우럭)을 퇴치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 27일 NHK에 따르면 일본 국립수산연구·교육기구(미에현 소재) 연구진이 지놈(genome·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블루길 감소 기술을 최근 선보였다.  

日연구진, 수정 능력 없앤 수컷 풀어…
암컷 알 못낳게 하는 방식으로 자연감소
70년대부터 해충박멸에 유전자조작 활용
"또 다른 생태계 교란 우려" 시각도…

 
유전자를 조작해 수정 능력을 없앤 수컷 블루길을 강에 풀어 암컷이 알을 낳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를 거듭할수록 자연적으로 블루길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종국엔 거의 사라질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전망이다.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 블루길을 들여온 일본은 한국보다 더 일찍 블루길 공포에 시달려왔다. 번식력이 워낙 강한 데다가 별다른 천적이 없고 토종어들을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간이 직접 잡는 것이 지금까진 유일한 대안이었다. 일본의 한 민방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을 잡아내기 위해 전국 각지의 연못이나 저수지의 물을 거의 다 빼내고 ‘대청소’를 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TV도쿄가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긴급SOS, 연못의 물을 전부 빼는 대작전'은 일본 전국 각지의 연못이나 저수지의 물을 일시적으로 뺀 뒤 블루길과 같은 생태계 교란어종을 포획하는 내용을 다룬다. [TV도쿄 홈페이지 캡처]

TV도쿄가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긴급SOS, 연못의 물을 전부 빼는 대작전'은 일본 전국 각지의 연못이나 저수지의 물을 일시적으로 뺀 뒤 블루길과 같은 생태계 교란어종을 포획하는 내용을 다룬다. [TV도쿄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간 포획은 번식력을 따라잡기엔 효과가 미미하다고 본다. 결국 번식 자체를 막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 셈이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지놈 편집 기술을 활용한 외래종 박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유전자 조작 방식으로 번식 능력을 변화시킨 사례가 있다고 NHK는 전했다. 오키나와현에선 20년에 걸쳐 채소 재배에 피해를 주는 외래종인 ‘메론파리’ 박멸에 성공했다. 방사선을 쪼여 알을 만들 수 없는 특수한 메론파리를 풀어놓은 결과였다.  
 
이외에도 고구마·감귤 등의 작황을 나쁘게 하는 해충의 구제에 비슷한 방식이 적용돼 왔다. 블루길과 같은 외래어의 경우 기술적인 난이도 문제로 그동안 연구가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몇 년 새 지놈 편집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번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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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방식이 또 다른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랫동안 블루길 등이 정착하면서 바뀐 생태계가 다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국립수산연구·교육기구 연구진 측은 “환경에 미칠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사회적인 이해를 얻어 (지놈 편집한 개체 방류를)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NHK에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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