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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동안 100명에게 1억 후원한 공무원…10년째 소년소년가장 돕기 음악회

중앙일보 2019.10.28 05:00
부산경찰청 이득찬(50) 행정관(왼쪽)이 20년째 후원하고 있는 뇌병변 장애인 신모(61)씨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이득찬 행정관]

부산경찰청 이득찬(50) 행정관(왼쪽)이 20년째 후원하고 있는 뇌병변 장애인 신모(61)씨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이득찬 행정관]

외벌이 월급으로 지난 27년간 100여명의 어려운 이웃에게 총 1억원을 기부한 공무원이 있다. 1992년 복지관에 차량 봉사를 나갔다가 작은 도움에 환하게 웃는 뇌병변 장애인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봉사하는 1분 1초가 행복하다고 했다. 부산경찰청 이득찬(50) 행정관 얘기다. 1994년에 공무원이 된 그는 부산경찰청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착한뉴스]
부산경찰청 이득찬 행정관 1992년 뇌병변 환자 도우며 봉사
2009년부터 음악회 열고 수익금 소년소녀가장에 기부
2011년 부산시 모범선행시민상 수상
아내와 두 딸 든든한 지원군…“봉사는 내 삶의 일부”

이 행정관은 다음달 9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 부산경찰청 그룹사운드 ‘지음’을 비롯해 난타, 초대 가수 공연 등이 펼쳐진다. 그는 2009년부터 격년마다 음악회를 열어 티켓 판매 수입(올해는 2만원) 등으로 총 3000만원의 수익금을 소년·소녀 가장에게 후원했다. 10년째인 올해에도 공연 후 소년·소녀 가장 10명에 총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비용을 아끼려고 공연 기획부터 대관·섭외·장비 설치까지 혼자 다 하려다 보니 준비 기간만 8개월이 넘는다”며 “힘들 때마다 1급 장애를 가진 후원자가 힘겹게 보내준 장문의 문자, 나를 격려해주는 소년·소녀 가장을 보면서 힘을 내 음악회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음악회 티켓을 팔기 위해 지인은 물론 모르는 사람에게도 수백 번씩 부탁해야 했다. 그는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부끄러움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며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당당히 취업하는 것만 봐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족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음악회를 찾은 관객에게 대접할 돈가스 500여개를 아내가 직접 튀겨서 공연장으로 공수한다. 회사원과 대학생인 두 딸도 좌석 세팅과 서빙을 돕는다. 이 행정관은 “우리 딸에게는 시장표 운동화를 사주고,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주눅 들지 말라며 브랜드 운동화를 종종 사줬다. 그런 아빠를 두 딸이 잘 이해해줬다”며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수십만 원씩 어려운 아이에게 지원하는 남편을 아내가 다 받아줬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이득찬(59) 행정관은 2009년부터 소년소녀가장돕기 작은 음악회를 2년마다 열고 있다. 2009년 제5회 작은 음악회를 연 뒤 수익금 1000만원을 10명의 소년소녀가장에게 기부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이득찬 행정관]

부산경찰청 이득찬(59) 행정관은 2009년부터 소년소녀가장돕기 작은 음악회를 2년마다 열고 있다. 2009년 제5회 작은 음악회를 연 뒤 수익금 1000만원을 10명의 소년소녀가장에게 기부했다. [사진 부산경찰청 이득찬 행정관]

이 행정관의 봉사는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그는 가정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체력이 남달랐다. 뇌병변 장애인의 손발이 되어주고, 목욕 도우미를 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았다. 이 행정관은 “장애인이 세상을 원망하기는커녕 작은 도움의 손길에도 고마워하는 것을 보면서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됐다”며 “봉사를 하면 개인적인 일도 잘 풀렸고, 세상을 더 많이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소년·소녀 가장에게 든든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한 명, 두 명 후원한 아이들이 60명으로 늘어났다. 주말마다 후원하는 소년·소녀 가장 7명을 번갈아 만나며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한다. 남학생들과는 새벽에 배드민턴을 하고 함께 목욕하며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혼자 봉사할 때에는 자신의 후원금 명세서와 영수증을 챙기지 않았지만, 음악회를 열기 시작한 2009년부터 꼼꼼히 챙긴다고 했다. 후원자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애인과 독거노인까지 합치면 그가 지금까지 후원한 이들은 100명, 후원금은 음악회 수익금을 포함해 모두 1억원에 달한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부산시에서 모범선행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도움을 받던 청소년이 당당히 취업에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만, 이별의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는 “취업해서 첫 월급 받으면 꼭 선물 들고 오겠다는 아이들 대부분이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며 “섭섭하지만 이런 거로 상처받으면 봉사는 할 수 없다.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또 드는 것을 보면 봉사는 내 삶이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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