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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궤변···조국 앞에 거칠어진 유시민 '싸움의 기술' 왜

중앙일보 2019.10.28 05:00 종합 2면 지면보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 건립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 건립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009년 한 인터뷰에서 스타 정치인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에 비유했다. “한번 올라타면 놓고 떨어지든가,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 끝까지 가든가 둘 중에 하나”라면서. 지금 그가 꼭 그런 상황이다.
 

“20대 멘토 자처하던 멸균 지식인
조국 싸움꾼 되며 많은 것 잃어 ”
노무현 ‘논두렁 시계’ 트라우마
민주당 잘 못 싸운다 판단해 개입
“한대 맞고 세대 때릴 각오로 싸움”

‘조국 사태’에 뛰어들었던 유 이사장은 검찰 수사를 받는다. 그것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가 맡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주관하고 있는 핵심부서다. 유 이사장은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 한 혐의(증거인멸·강요 등)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재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그를 고발했다.
 
유 이사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의 비서관이었던 조요한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은 검찰 수사 전에 유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여러 사태가 있어서 심경이 복잡할 것 같아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때 유 이사장은 “세상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등 당직자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증거인멸, 강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법률자문위원등 당직자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증거인멸, 강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①왜 뛰어들었나

유 이사장은 ‘조국 사태’ 초기만 해도 방관자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지명한 지난 8월 9일 이후 사모펀드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그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그 달 29일부터 ‘조국 대전’에 ‘참전’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직접 책임져야 할 상황은 한 개도 없다”고 말하면서 조 전 장관을 적극 옹호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계기였을까. 유 이사장이 ‘뉴스공장’에 출연하기 이틀 전 검찰은 조 전 장관 주변 30여곳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요한 부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로 자살까지 선택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켜봤던 것에 유 이사장이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논두렁 시계 트라우마’는 유 부실장 말고도 다수의 여권인사들이 이유로 꼽은 키워드다.
 
 2009년 5월 29일 경복궁 뜰에서 엄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한명숙 공동장의위원장의 조사가 낭독되는동안 이강철(앞줄 왼쪽부터) 전 대통령특보, 민주당 백원우의원, 이해찬 전 총리,유시민 전 복지부장관,강금원 창신섬유회장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슬픔을 달래고 있다. [중앙포토]

2009년 5월 29일 경복궁 뜰에서 엄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한명숙 공동장의위원장의 조사가 낭독되는동안 이강철(앞줄 왼쪽부터) 전 대통령특보, 민주당 백원우의원, 이해찬 전 총리,유시민 전 복지부장관,강금원 창신섬유회장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슬픔을 달래고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의 대응이 계기가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 민주당 인사는 “검찰의 횡포로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역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것이 첫째 이유, ‘조국 국면’에서 밀리면 문재인 정부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두 번째 이유겠지만, 세번째는 더불어민주당이 잘 싸우지 못하고 있다고 봤거나 앞으로 민주당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과 언론을 향한 깊은 불신은 이런 분석과 동전의 앞뒷면이다. 유 이사장은 『청춘의 독서』(2017)에서 하인리히 뵐의 소설『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처음 읽었을 때를 회고하며 “주인공이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서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쓰기도 했다. 
 

②무엇을 하려했나

“노 전 대통령 표현을 빌리면 ‘한 대 맞고 세 대 때릴 각오’를 하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헛발질도 있었지만, 유시민은 우리 편이 검찰과 언론을 상대로 싸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로직’(대응 논리)을 만들어 내는 거다, 끊임없이.”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복수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그의 장점은 ‘싸움의 기술’을 안다는 것이다. 2005년 유 이사장을 향해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했던 김영춘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유 이사장이 과거보다 많이 순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발언의 내용은 더 강해졌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유튜브 알릴레오 3회 방송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유튜브 알릴레오 3회 방송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그는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논리도 불사했다. 검찰의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두고 “악당들이 주인공을 제압 못 할 때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증거인멸·은닉 혐의 행위를 유 이사장은 ‘증거 보전용’이라고 주장했다가 검찰 뿐 아니라 법조계에 “궤변”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무리수도 뒀다. JTBC가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씨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사실이 아니라고 사과한 것, 최성해 총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급기야 수사대상이 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유 이사장과 함께 일했던 인사는 “그는 면도날 같은 계산을 하는 사람이다. 가짜뉴스까지 섞어 말한데는 분명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기로 그는 “진보 진영 결집”을 꼽았다. 실제 그의 등장 이후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세력이 결집한 건 사실이다. 
 

③정치 복귀 신호탄인가

그가 진영을 결집시켜서 얻으려 한 것은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대권 가능성을 언급한다. 지난 22일 MBC ‘100분 토론’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유 이사장을 가리켜 “이제 (조 전 장관이 무너졌으니 진보진영에선 아무도 안 남았고) 좌파 진영 대표 주자”라고 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내가 다시 정치하고 대권 도전할 생각이 있으면 이렇게 안 한다”고 일축했다.
 
실제 그를 잘 아는 민주당 A의원도 “이미 진영 내부의 지지는 충분한데, 그것을 더 강하게 하려고 이런 싸움을 한다? 대선에 나오려면 ‘중간층’ 확보를 위해 지금과 정반대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정치 프로그램’(정치 복귀와 대권 도전) 때문에 이런 싸움을 한다는 건 100%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했다. 상당수 여권인사들도 이런 분석이었다.
 
2011년 오전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노회찬 등이 통합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오전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노회찬 등이 통합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A의원은 “정계 복귀 및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이 판에 뛰어들었다는 것과 다시 정치에 불려 나갈 가능성이 ‘제로’(0)라는 얘기는 다르다”며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불려나갈 확률이 5%도 안 된다고 보지만, 제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지인들도 “더는 깊이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조요한 부실장)고 할 정도로 그로선 이번 ‘싸움’으로 잃은 게 많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강남좌파』에서 유 이사장에겐 “세상의 더러움을 혐오하는 멸균 지식인”의 모습과 “정치라고 하는 게임의 법칙에 능수능란한 마키아벨리적 정치인”의 모습이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원한 측근은 “멸균 지식인의 모습일 때 그는 ‘20대의 멘토’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이번에 그걸 상당 부분 잃었다”며 “이미 정치를 떠난다고 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정치적 자산이 필요 없고, 그래서 마음껏 싸우는 것 같다”고 했다.
 
‘조국 사태’ 논란이 된 유시민 발언

‘조국 사태’ 논란이 된 유시민 발언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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