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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기운 내란 말 대신 병원가라 조언한다"

중앙일보 2019.10.28 01:00 종합 5면 지면보기

마음의 감기, 우울증 ①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가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중앙포토]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가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는 분명히 우울했다.
 

응급의 남궁인이 털어놓는 우울증

극단적 선택 후 응급실에 온 환자
진저리나는 일상, 끔찍했던 나날
우울과 싸우는 의사에게 도움 요청
이젠 숨 쉬어지고 살아있음 느껴

 그 사실을 세상에 고백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세상 어떤 직업보다도 가깝게 우울의 단면과 직면한다. 내 직업은 응급실 의사다.
 
 가장 참혹한 우울의 결과가 일터에 모인다. 단연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순간이다.  온몸이 푹 젖어 긴박하게 실려온 사람은 방금 한강에서 건져낸 사람이다. 평소라면 냄새만 맡아도 진저리가 나는 락스, 휘발유, 엔진 오일, 끔찍한 향이 나는 농약, 셀 수도 없는 약봉지와 같이 오는 사람, 신체를 파괴해서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는 사람, 방에 연탄불을 피워 매캐한 향이 코를 찌르는 사람도 있다. 가끔은 의식을 잃었지만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고, 가족도 짐작가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약물 센터에서 보고서가 날아오고서야 우리도 그 원인을 안다. 아무도 모르게 복용한 엄청난 양의 약품이 그의 몸속을 타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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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함이 그들을 죽인다. 끔찍한 고립과 악마가 그들을 죽인다. 하지만 사실 죽을 만큼 우울해본 사람조차, 그 광경을 단숨에 이해할 수 없다. 타인은 그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은 세상과 단절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고, 이 결론을 내고야 말았다. 결국은 그 공간에서 나오도록 누군가 도움을 주지 않았거나 실패한 것이다. 여기서 나는 나의 우울을 조금 더 꺼내 놓겠다.
 
 사실 누구나 그렇듯,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럴 이유가 있냐는 시선뿐이었다. 네가 왜? 무엇때문에? 하지만 나는 우물에 빠진 것 같은 시간이었다. 모든 신경과 몸체가 우울로만 향한다. 생각은 절망적으로 떼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긋지긋하게 나를 따라다닌다. 누군가 말을 시키거나 티브이에서 익살을 떨거나 일터에서 선택을 요구해도, 우울은 잠깐 틈도 주지 않고 숨을 막는다. 어떤 일도 집중이 불가능하다. 사람들 앞에서도 말문이 막힌다. 밥에서 그야말로 모래알 같은 맛이 난다. 식사 중에도 숨이 차다. 체중이 급격히 빠지고 손발이 저려 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화가 울려도 받지 못한다. 기어코 몸을 움직이면 동작이 부자연스럽다. 내것이 아닌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 같다.
 

상담·약물…고통과 싸우는 과학적 방법

 최악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을 때다. 그나마 다른 자극이라고는 없이 사방이 고요하다. 대신 악마만이 내게 소곤거린다. 밤이 무한해 보인다. 도저히, 어떻게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아침을 맞이하면 조금 나아질까? 절대로. 빛을 보는 순간이 가장 절망적이고 끔찍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괴로웠던 지난 밤과 지쳐서 맞이하는 아침과 다시 생각이 종말로 귀결하는 무한한 밤을 연상한다. 이런 날을 연달아 겪자, 유독 출근길 기차 시간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을 이해했다. 수면제를 털어 넣고 고작 "조금 잠이 들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 사지를 훼손해 놓고서는 일체의 고통 없이 나를 바라보던 사람 또한 이해했다.
 
 나는 대신 의학을 배웠다. 처음 현장에서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발버둥을 쳤다. "제발 힘을 내서 살아가야지요.", "왜 목숨을 버리려고 합니까." 그 말들은 때때로 힘이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의 벽을 세운 듯한 우울로서 깨달았다. 지금은 일단 정신건강의학과와 대응팀에 단호하게 도움을 청한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현재로서 우울감에 맞서 싸우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다. 그들은 가장 부작용이 없는 약물과 가장 효과적인 상담 기법을 만들어내고, 그 책임을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 지웠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우울감을 두고 맞서 싸우는, 목숨과 직결된 결정을 하는, 치열한 현장의 의사다. 그것은 적어도 "왜 기운 내지 않니?" 같은 말보다는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병원 밖에서도 누군가 우울을 하소연할 때, 나는 진지하게 병원에 가라고 답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어느 순간부터 상담을 받고 약을 먹었다. 사실 본인이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자가진단을 해 보고 일단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나야말로 늦었던 셈이다. 그렇게 전혀 알지 못하는 동업자를 찾아가, 증상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연히 우울증으로 진단했고, 그만큼 힘든 일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의사였음에도, 다른 전문가의 말에 조금 기뻤다. 적어도 이해받았으니까. 그리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를 최악의 순간에서 구했다. 나는 살아남을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 숨이 이제는 쉬어진다고 느꼈다. 조금 정확하게 말하면, 간신히 우울에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적어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손발이 움직였다. 전화가 받아졌다. 수면제를 먹으면, 그 끔찍한 아침도 찾아오지 않았다.
 
 우울증을 완벽히 '치료'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 누구에게나 우울은 또다시 찾아온다. 또한 삶이 행복뿐이라면 그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지금은 평온해도, 우울은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한다. 우울은 늘 관리하며, 같이 살아가야 할 우리의 동반자다. 대신 우울이 한 인간을 너무 세게 끌어안아 버렸을 때, 영영 가라앉지 않게 도와주는 일이 우울의 '치료'다. 나는 불가능하다고, 나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이 든 그 순간, 약을 털어 넣는 대신 찾아야 할 곳이 병원이다. 당신이 영영 가라앉는다면 의사에게도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 그들은 당신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것이 현대 의학이 제시하는 최선의 해결책이다. 그리고 나의 형제 동업자들을, 내가 보증한다. 치료를 받아서, 살아야 한다.
의사 남궁인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응급실에서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그린 책 <만약은 없다>와 <지독한 하루>를 냈으며, 독서일기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를 출간하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활자로 느껴지는 감정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우울증 고백한 외국 스타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울증 고백한 외국 스타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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