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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한국은 배상 요구 철회하고 일본은 식민지 지배 사죄해야

중앙일보 2019.10.28 00:20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재정 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교수

정재정 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교수

한·일 총리가 지난 24일 도쿄에서 회담하고 서로 적대하는 상황을 조기 수습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악에 빠진 한·일 관계를 더 손상하지 않고 빨리 복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한 점을 평가한다. 그렇지만 물꼬를 튼 후 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물길이 다시 막히듯, 양국이 결의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갈등은 더 심각해지고, 국익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안보마저 크게 손상될 것이다.
 

꼬인 한·일 갈등 해결의 성패는
양국 정상의 용단에 달려있어

한·일 관계가 치유하기 어려운 중병에 걸린 직접적 원인은 ‘위안부 문제 합의’와 ‘징용 문제 판결’ 처리를 둘러싼 양국의 충돌 때문이다. 그 와중에서 양국 정부, 특히 정상 간에 1965년 체결된 청구권협정의 준수 여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어 상호 신뢰가 거의 다 무너졌다. 따라서 양국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교섭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중물로서 한국 정부가 청구권협정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일본의 불신을 누그러뜨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가끔 청구권협정의 결함을 지적했지만, 그 자체를 무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못할 바도 아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회담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이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하고 한국 정부가 국가 간의 약속인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받아 이낙연 총리는 한국 정부도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짧은 회담이었지만 양국 총리가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밝힌 것은 상호 불신의 장벽을 제거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총리는 현안 해결을 위해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그렇지만 한·일이 당장 외교 교섭을 통해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갈등은 국가의 체면과 국민의 긍지를 좌우할 만큼 너무 넓고 깊어서 문책을 두려워하는 관료로는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현안 해결의 성패는 정치적 판단과 정책적 실행의 최종적 책임을 지는 양국 정상의 용단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4일 총리 회담으로 결단의 필요조건은 마련된 셈이므로 이제 양국 정상이 관료 등 관계자에게 타협 방향을 제시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정상의 용단에 훈수를 두는 것은 외람되지만, 일본이 전시 노무 동원을 포함한 식민지 지배에 대해 다시 정성을 다해 사죄하고, 한국이 금전적 배상 요구를 철회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이다. 양국이 이렇게 할 의향이 있다면 하루빨리 일본은 수출 규제 강화 조처를 철회하고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해 현안 발생 이전 수준으로 상호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양국은 이런 해결이 지속해서 보장될 수 있는 국내 기반도 다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증표이다. 24일 총리 회담에서 언급했듯이, 양국은 지난날에도 역사 문제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타협과 양보를 통해 극복해왔다. 그 과정에서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의 결함이 상당히 보완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이라고 그런 지혜를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현재 한·일 정부는 국내에서 역사 문제를 중시하는 세력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일 정상이 대승적 차원에서 현안 해결과 관계 개선의 용단을 내리고 진심으로 설득하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공산이 크다. 한·일 정상이 위기를 기회로 살려 양국은 물론 세계의 역사 화해에 새 이정표를 세우기를 기대한다.
 
정재정 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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