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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다시 전면 등장 “영원한 친구는 없다” 트럼프 압박

중앙일보 2019.10.28 00:05 종합 6면 지면보기
김영철

김영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대남 담당)이 27일 “미국이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 보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단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다.
 

하노이 이후 8개월 만에 대미 발언
“미국, 정상 간 친분관계 내세워
올해 넘겨보려고 한다면 망상”
위협 높여 연말시한 관철 공세

김영철은 “몇 번이나 탈선되고 뒤틀릴 번(뻔)했던 조·미 관계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 덕분”이라면서도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정상 간)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 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며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지난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에서 ‘영원한 친구는 없다’로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다.
 
올해 초까지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자격으로 북·미 협상을 이끈 김영철이 대미 관련 활동에 나선 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김정은의 특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확정하면서 ‘실세’이자 ‘문고리 권력’으로 여겨졌던 김영철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통일전선부장을 내놓는(4월) 등 권력 핵심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였다. 그랬던 김영철이 지난 22일 해외동포사업국 창립 60주년 보고회 참석에 이어 북·미 관계를 언급하며 재등장한 건 북한이 하노이 충격에서 벗어나 ‘연말 시한’ 관철을 위해 총공세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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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남, 대미 총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기다려 보겠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가, 특히 대북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시한을 정했다.
 
고위 탈북자 출신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나 김영철 아태 위원장을 내세웠지만, 담화는 미국을 향한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라고 분석했다. 11월 중순 이후 시작될 연말 평가 총화와 신년사 준비에 필요한 ‘성과’를 위해 조급함을 보인다는 뜻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24일 1990년대 중반부터 각종 북·미 회담에서 합의문을 끌어낸 김계관 외무성 고문에 이어 이날 김영철을 내세운 건 ‘좋은 기억’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으로 ‘직거래’를 하자는 독촉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대적으로 ‘깐깐한’ 외무성이 지난 5일 스웨덴 실무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하며 하노이에서 미국에 당한 ‘결렬의 빚’을 ‘멍군’으로 갚은 데 이어, 한국 정부를 향해선 금강산 시설물 철수 요구로 강공책을 펼치고, 미국을 향해선 과거 협상의 ‘굿 캅’들을 내세우는 총력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북한이 정상들의 관계 훼손을 위협한 건 시간이 얼마 없으니 정상 간 새로운 접근법으로 담판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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