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하철 쇳가루도 비상…전동차 선로 달릴 때 마모로 발생

중앙일보 2019.10.28 00:04 종합 14면 지면보기
서울지하철 신도림역 [뉴스1]

서울지하철 신도림역 [뉴스1]

25일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 오후 6시 30분이 되자 퇴근길 승객이 몰리면서 열차가 드나드는 시간 간격이 짧아졌다. 양방향으로 오가는 열차는 역에 멈출 때마다 엷은 쇳소리를 냈다. 열차 바퀴와 선로가 마찰을 일으키며 내는 소리다.
 

서울 지하철 레일연마 작업 때도
연간 420㎏ 분량 쇳가루 생겨
만성기관지염 유발할 가능성
열차 안팎 정화장치 확충 추진

이렇게 열차가 선로를 지날 때마다 미세한 마모가 일어나면서 쇳가루가 발생한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등은 열차 승차감을 유지하기 위해 마모된 선로를 주기적으로 연마(硏磨)하는데 이때도 미세한 쇳가루가 생긴다.
 
이 쇳가루가 전철역과 열차 내 공기에 섞여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8호선에서 철도 레일 연마 작업으로만 한 달에 35㎏의 쇳가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발생량은 420㎏이다. 분진에 섞인 철은 만성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다. 혈관에 들어가면 심한 독성을 일으킬 수도 있다.
26일 오후 6시 반쯤 지하철 2호선 당산역과 합정역에서 각각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박사라 기자.

26일 오후 6시 반쯤 지하철 2호선 당산역과 합정역에서 각각 측정한 미세먼지 수치. 박사라 기자.

 
교통공사는 이 쇳가루를 처리하기 위해 집진 장치를 사용하고 있지만, 완전 제거는 불가능하다. 연마 작업을 위한 집진기 외에 별다른 공기정화시설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또 매주 하는 물청소 외에 평상시 차량 운행으로 일어나는 쇳가루를 따로 걸러낼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쇳가루 위험에 노출된 미세먼지의 농도가 열차 안에서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가 당산역 내부를 측정해보니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 33㎍, 초미세먼지(PM2.5)는 25㎍이었다. 인근 합정역에서도 미세먼지가 30㎍, 초미세먼지가 22㎍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는 전동차 안에 올라타자 차량 안의 미세먼지는 42㎍, 초미세먼지는 30㎍으로 각각 올랐다.
 
실제 이날 기자의 측정치보다 열차 내 미세먼지 사정이 나쁘다는 공식 통계도 있다. 최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철도차량 내부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최고 171㎍(우이신설선 기준)였다. 4호선도 최고 농도가 151㎍으로 나왔다. 전동차 내 공기정화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오염된 공기는 지하철 환기구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기도 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하철 환기구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90㎍로 ‘매우 나쁨’ 기준인 150㎍보다 2배 가까이 높다. 특히 열차가 지나갈 땐 최대 984㎍까지 농도가 치솟았다.
 
교통·환경 당국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차 안팎에 정화 장비를 확충하고 낡은 지하철 환경을 개선해가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레일 연마 작업을 할 때 쇳가루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장비인 레일밀링차로 장비를 점차 교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올해 책정된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 사업 예산 850억원 외에 추경 예산에 반영된 지하철 터널의 환기 설비 개선 예산을 함께 투입할 예정이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노후한 디젤 차량을 이용해 전철역 청소를 하는 곳이 많아서, 청소 과정에서 오히려 오염물질이 나오기도 하는 등 지속해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시민의 발인 지하철도 바깥 공기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