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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의 이혼과 후궁 축출…‘태국 국왕 기이한 사생활’

중앙일보 2019.10.28 00:04 종합 20면 지면보기
왕실 행사에 참석한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오른쪽)과 수티다 왕비. 타이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국왕 근위대장으로 복무하기도 했던 수티다 왕비는 와치랄롱꼰 국왕의 네 번째 부인이다. 최근 후궁 격이라 할 수 있는 ‘왕의 배우자’ 시니낫이 축출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실 행사에 참석한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오른쪽)과 수티다 왕비. 타이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국왕 근위대장으로 복무하기도 했던 수티다 왕비는 와치랄롱꼰 국왕의 네 번째 부인이다. 최근 후궁 격이라 할 수 있는 ‘왕의 배우자’ 시니낫이 축출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배우자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의 모든 지위를 박탈했단 뉴스가 이목을 끌었습니다. 조신하지 못하고 국왕에게 충실하지 않았단 게 이유였죠. 후궁 격인 시니낫이 왕비 자리를 욕심내다 축출됐다는 이야기가 무성합니다. 조선 시대를 연상케 하는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와치랄롱꼰 국왕은 누구일까요.
 

대관식에 365억 사치스런 생활
여배우와 염문으로 첫 번째 이혼
후궁 둔 국왕은 100년 만에 처음
태국 왕실 인기 갈수록 떨어져

올해 67세인 와치랄롱꼰(라마10세)은 스무살에 왕세자로 책봉됐습니다. 20대 시절 공군 장교 등으로 복무하며 국내외 여러 군사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죠. 태국 불교도의 전통에 따라 1년 간 승려로 지내기도 했고요. 만년 왕세자던 그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아버지 푸미폰 전 국왕(라마 9세)이 2016년 10월 서거하자 그해 12월 새 국왕에 즉위합니다. 왕세자로 책봉된 지 무려 44년 만이었죠. 추모 기간이 끝나자 그는 지난 5월 초호화 대관식을 열었습니다. 3일 동안 365억원을 들인 호화로운 행사였죠. 다른 입헌군주국들 역시 즉위식에는 공을 들입니다만, 와치랄롱꼰은 사치스러운 생활로 유명했기에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사치 만큼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이 있었으니… 그의 사생활이었죠.
 
와치랄롱꼰 국왕이 처음 결혼한 것은 1977년이었습니다. 왕세자 시절, 외사촌 동생 솜사와리 키티야카라 공주를 왕세자비로 맞고 딸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몇 년 후 여배우 수짜리니 위와차라웡과 사랑에 빠졌거든요. 결국 그는 1993년 이혼을 마무리 짓고, 1994년 2월 수짜리니와 두 번째 결혼식을 엽니다.
  
결혼 두 달 만에 후궁도 공식 소개
 
그러나 수짜리니 역시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했습니다. 식을 올리고 2년 후 두번째 왕세자비는 아이들을 데리고 돌연 영국으로 떠났고, 와치랄롱꼰은 또 이혼합니다. 수짜리니가 장군과 간통을 저질렀단 이유였죠. 진실 여부요? 알 수 없습니다.
 
2001년. 어느덧 쉰을 바라보게 된 그는 19세 연하 평민 출신 비서 스리라스미 스와디와 결혼합니다. 아들도 낳고 잘 사나 했는데 2014년, 와치랄롱꼰은 아내의 모든 지위를 박탈하고 이혼합니다. 왕세자비의 여러 친인척이 대규모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있단 게 드러났거든요. 스리라스미는 궁에서 쫓겨난 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6년 권좌에 오른 와치랄롱꼰 국왕은 올해 5월, 즉위식을 며칠 앞두고 네 번째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번엔 26세 연하의 승무원 출신 근위대장 수티다였죠. 흥미로운 건, 국왕이 결혼식 두 달 뒤, 33세 연하 ‘배우자’ 시니낫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렸단 사실입니다. 왕비 아닌 또 다른 아내를 둔 태국 국왕은 약 100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희한한 명칭”(NYT)이란 평가가 잇따랐고, 그의 사생활은 또 한 번 세간에 오르내렸죠. 아버지 라마 9세가 평생 한 여인(시리낏 왕비)과 함께한 러브스토리가 유명했기에 더욱 비교당한 면도 있습니다.
  
왕실 재산 33조원 “국왕 힘 여전”
 
쫓겨난 ‘왕의 배우자’ 시니낫. 왕실 근위대 출신이다. 왕실은 성명에서 ’은혜를 모르고 지위에 맞지 않게 행동했다“고 그를 비난했다. [AP]

쫓겨난 ‘왕의 배우자’ 시니낫. 왕실 근위대 출신이다. 왕실은 성명에서 ’은혜를 모르고 지위에 맞지 않게 행동했다“고 그를 비난했다. [AP]

기이한 행동으로 소문도 많이 돌았습니다. 2007년 있었던 일명 ‘왕세자비 애완견 케이크 사건’이 유명하죠. 셋째 부인이었던 스리라스미가 반라로 국왕의 애완견 생일파티에서 엎드려 케이크를 먹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겁니다. 상반신 문신을 드러내고 젊은 여성과 돌아다니는 모습이 독일에서 포착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사진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인기는 더 떨어졌습니다. 푸미폰 전 국왕이 아들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죠.
 
현재 태국 짜끄리 왕조는 1782년 시작됐습니다. 역사도 꽤 깊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실 중 한 곳으로 꼽히죠. 왕실 재산은 어림잡아 약 33조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왕실로 유명합니다. 태국은,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유럽 식민지로 전락했던 20세기에 식민 통치를 피한 거의 유일한 나라인데요. 많은 태국인은 당시 국왕이던 라마 5세의 현명한 처신 덕분에 그게 가능했다고 믿거든요.
 
1932년 입헌군주국이 된 이후 상징적인 국가원수라곤 하지만, 기실 그 권위는 대단합니다. 법으로 ‘국왕·왕비·왕세자를 비방하거나 위협한 자는 3년형에서 최고 1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정해뒀을 정도죠. 물론 이 법규는 비판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이죠. 외교적인 논란도 낳고 있고요.
 
그래도 푸미폰 전 국왕은 ‘살아있는 부처’라 불릴 정도로 국내외에서 존경을 받았기에 괜찮았는데, 와치랄롱꼰 즉위 이후 왕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불만이 크다는 거죠. 그런데도 와치랄롱꼰 국왕의 힘은 당분간 꺾이지 않으리란 게 주요 외신의 진단입니다. 가디언은 “국왕의 힘은 여전할 것”이라며 “그는 태국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으며, 현대 군주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힘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의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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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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