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지영(정유미)은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 살아가는 게 행복하지만, 가끔은 어딘가 갇혀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28/1bb284bc-bb86-46a2-8bdf-788a42a26879.jpg)
영화에서 지영(정유미)은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 살아가는 게 행복하지만, 가끔은 어딘가 갇혀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 닷새 만에 관객 100만 돌파
관람객 평점 남녀 모두 9점대
원작보다 위로·화해·희망 강조
“2030 남성 박탈감이 선입견 낳아”
2016년 10월 출간돼 누적 120만 부 판매된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이 토대다. ‘PD수첩’ 등 TV 시사프로 작가로 일하다 육아로 인해 계획에 없던 전업주부가 됐던 조 작가는 82년생이란 설정에 대해 “제도적 불평등이 사라진 시대에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는 여성에 대한 제약과 차별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런 원작을 실제 ‘워킹맘’인 김도영 감독이 연출해 장편 데뷔했다.
![배우 공유(왼쪽)가 정유미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28/92172c0b-cf6e-47f3-b878-bfc52fffcb82.jpg)
배우 공유(왼쪽)가 정유미와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온라인 관객 후기도 “10년 전 아이와 지지고 볶고 울고 웃으며 살았던 저를 돌아보고 안아줄 수 있었다” “아내와 장모님 모습이 겹치면서 눈물이 범벅됐다” “영화 보고 나오는 길 … 남편들이 아내의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으며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등 공감을 표한 것이 많았다.
여성의 고충을 호소하는 데 집중한 원작을 대중영화로 옮기며 위로와 화해에 초점 맞춘 각본도 한몫했다. 소설에선 평면적인 캐릭터에 그쳤던 남편 대현(공유)도 영화에선 지영을 헤아리려 애쓰는 인물로 거듭났다. 가부장적인 태도로 지영에게 상처를 줬던 아버지(이얼)도 영화에선 무뚝뚝한 발언 뒤에 감춘 서툰 진심이 그려진다. 오빠들 뒷바라지에 교사 꿈을 포기한 자신의 처지를 대물림하지 않으려, 딸들에게 “얌전히 있지 마. 막 나대”라며 응원했던 지영의 엄마 미숙(김미경)은 원작 그대로의 모습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극 중 지영의 가족.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공감 가게 그려진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28/9506cf27-544e-4d22-805c-68f46076b350.jpg)
극 중 지영의 가족.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공감 가게 그려진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유정(강남대 교수) 영화평론가는 “소설은 여성의 삶에 관한 연대기 형식의 보고서처럼 냉정했다”면서 “영화는 이를 1인칭 김지영 캐릭터의 사연으로 녹여내며 논란의 여지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 다만, 희망적으로만 그린 결말은 조금 불편했다. 대중적 선택이지만 원작의 현실고발성이 훼손된 면이 있다”고 했다.
![공유(左), 정유미(右).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28/db8a0c4e-2884-4133-94cc-4f9e3b1bddcc.jpg)
공유(左), 정유미(右).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 앞서 ‘캡틴 마블’ ‘걸캅스’ 등 여성 영화가 나올 때마다 개봉 전부터 반복되는 평점 테러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최근 보지도 않은 영화에 대한 평점 테러가 반복되고 있는데 언론이 주목하며 더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을 굳이 조명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영화 캐스팅 순간부터 악플에 시달린 배우 정유미도 “인터넷에 드러난 의견이 전부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흥행은 계속될 듯하다. “#정말 슬프고 재밌고 아프고”(배우 최우식) “우리 모두의 이야기”(수지) “부정한 소리에 현혹되지 마시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시기를 바란다”(유아인) “좋은 영화, 재밌는 영화, 꼭 대박 나길 바라는 영화”(한준희 감독) 등 충무로에서도 SNS 지지가 잇따른다. 예매 사이트에선 벌써 “3번 봤다”는 N차 관람객도 나왔다.
앞서 일본·중국·대만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원작에 이어 영화도 해외 선전이 기대된다. 이미 대만·호주·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 37개국에 선판매됐다. 아시아권을 휩쓴 ‘부산행’의 배우 공유·정유미가 다시 뭉친 것도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