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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후의 일격

중앙일보 2019.10.28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32강> ●커제 9단 ○이영구 9단
 
7보(92~106)=중앙으로 뻗어 나온 흑 대마는 아직 두 집이 나지 않은 미생마(未生馬)이건만, 커제 9단의 손길에는 전혀 주저함이 없다. 이미 머릿속에 살길을 모두 마련해놓은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위풍당당하게 돌을 놓는다. 95, 97로 찔러두고 99로 맞끊는 수까지. 언뜻 보면 궁지에 몰린 미생마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뒤쫓는 공격수의 행마 같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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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돌을 놓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흑이 99를 놓을 때, 마음 같아서는 ‘참고도’ 백1로 끊어 차단하고 싶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흑8까지 수순으로 백이 안 되는 그림이다. 백5 자리에 두는 것과 A 자리에 두어 차단당하는 것이 맞보기다. 백의 약점이 너무도 많은 탓에 이영구 9단은 마음대로 공격조차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그러는 사이 중앙 흑 대마는 그럴듯하게 집 모양을 갖추었다.
 
참고도

참고도

바둑판 쪽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에 잠긴 이영구 9단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이영구 9단이 106으로 우상귀를 향해 손을 돌렸다. 최후의 일격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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