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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분담금 1000억 늘리면, 美무기구매 50% 줄어들 것"

중앙일보 2019.10.27 16:49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국방분야 선임연구원이 지난 15일 서울 아산연구원에서 '핵전력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국방분야 선임연구원이 지난 15일 서울 아산연구원에서 '핵전력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1억 달러를 추가 부담할 때마다 미국의 무기 구매가 30~50%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담금 증액이 북핵·미사일 위협이 커진 시기에 한국 방어 전력을 축소하고 미 방산업체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하면서다. 미국이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SMA) 2차 협상에서도 “미국 납세자의 막대한 부담을 나눠야 한다”며 대폭 증액을 요구한데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 셈이다. 베넷 박사는 랜드연구소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군사위협 억지와 동북아 전력 균형을 30년 이상 연구한 국방 전문가다.
 

미 국방전문가 브루스 베넷 공개 비판
"미, 늘어난 분담금 한국 예산 안 늘려,
북핵·미사일 한국 방어 전력 축소되고,
미 방산업체 일자리도 함께 주는 결과"

베넷 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미국이 현재보다 수조 원(수십억 달러)을 한국에 더 요구하고 있는데, 한국 국회가 그만큼 국방부 예산을 늘려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더 많은 분담금을 지불하려면 한국 국방부가 다른 국방 분야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 국방부는 한국에서 추가 분담금을 받아 한국의 안보를 위해 예산을 더 투입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추가 방위비 분담금 만큼 두 동맹이 한국 방어에 쓰는 총액은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의 예로 볼 때 한국 국방부가 예산을 삭감할 때는 대부분을 전력 증강 계획이나 방위력 향상 사업, 즉 군사장비 획득 및 연구개발 예산을 줄였다”며 “인건비나 운영·유지 항목의 예산을 감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대단히 고통스럽고, 역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방부의 획득 예산 대부분이 미국의 장비를 사는 데 사용된다”며 “군사적으로 강력한 이유가 없다면 한국산과 미국산 장비 구매 예산 사이에서 한국 기업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미국산 구매 예산부터 줄이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국방부가 상세한 무기 구매 예산 명세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무기 구매 예산이 얼마나 줄어들지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대략 추산해 분담금 1000억원이 늘 때마다 당초 미국 무기 구매 예산에서 3분의 1에서 절반 가량인 300억~500억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는 록히드마틴(F-35A)과 레이시온(패트리엇), 보잉(E-737) 같은 미국 방산 회사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이 핵무기 위협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위협을 증대하고 있는 시기에 한국의 국방예산을 줄어들게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앞서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도 “한국의 분담금 대규모 증액은 미국 방산업체 종업원의 이익뿐 아니라 계획된 한국 방위력 증강에 피해를 주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밀어붙이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비합리적이라는 논리를 설파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2021년까지 F-35A 40대 구매에 이어 20대를 추가 구매하는 등 주요 무기 도입사업을 검토하고 있는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때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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