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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간끌기 망상"···다급한 北, 특사 김영철 다시 내세웠다

중앙일보 2019.10.27 14:58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대남 담당)이 27일 “미국이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 보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외곽단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다. 김영철은 “몇 번이나 탈선되고 뒤틀릴번(뻔) 했던 조ㆍ미 관계가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 덕분”이라며 북ㆍ미 정상들이 최근 언급한 ‘특수 관계’를 앞세웠다.  
 

"연말 지혜롭게 넘기길 기대"한다던 24일서 위협 수위 높여
두 차례 정상회담 이끌었던 김영철 다시 등장 시켜 담화
"김정은이 제시한 연말 협상 시한 다가오며 조급함 드러내"
"실무협상과 별개 정상회담 '직거래' 통한 담판 시도" 분석

[김정은, 김영철 방미 결과 보고받아 김정은, 김영철 방미 결과 보고받아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2019.1.2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2019-01-24 06:49:06/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김정은, 김영철 방미 결과 보고받아 김정은, 김영철 방미 결과 보고받아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2019.1.2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2019-01-24 06:49:06/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그는 그러나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조ㆍ미 수뇌(정상)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ㆍ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며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던 지난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언급에서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식으로 위협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올해 초까지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자격으로 북ㆍ미 협상을 이끌었던 김영철이 미국과 관련한 활동에 나선 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그는 하노이 회담이 시작될 때까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확정하는 등 ‘실세’이자 ‘문고리 권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통일전선부장을 내놓고(4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 환송장에 나타나지 않는 등 공개활동을 ‘삼가는’ 등 권력의 핵심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였다. 그랬던 김영철이 지난 22일 해외동포사업국 창립 60주년 기념 보고회 참석에 이어 이례적으로 북ㆍ미 관계에 다시 나타난 건 북한이 하노이 충격에서 벗어나 ‘연말 시한’ 관철을 위해 총공세에 나섰음을 시사하는 것이란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충격 치유와 향후 협상을 위해 대대적인 인사와 전략 수립에 집중했다”며 “김 위원장이 시한으로 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남, 대미 총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기다려보겠다”며 연말까지 시한을 정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가, 특히 대북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시한을 정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고위 탈북자 출신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나 김영철 아태 위원장을 내세웠지만, 담화는 미국을 향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11월 중순 이후엔 연말을 평가하는 총화를 하고 내년 신년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당장 ‘행동’에 나서기보다 뭔가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조급함을 보인다는 뜻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24일 1990년대 중반부터 각종 북ㆍ미 회담에서 합의문을 끌어냈던 김계관 외무성 고문에 이어 이날 김영철을 내세운 건 ‘좋은 기억’을 통해 북ㆍ미 정상회담으로 ‘직거래’를 하자는 독촉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대적으로 ‘깐깐한’ 외무성이 지난 5일 스웨덴 실무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하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당한 ‘결렬의 빚’을 ‘멍군’으로 갚고, 금강산 시설물 철수 요구 등 한국을 향한 강공책과 동시에 기존 협상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던 ‘굿 캅’들을 내세우는 총력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북한이 고위 당국자나 대변인을 내세워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문’이나 아태를 앞세운 건 미국에 할 말을 하면서도 최대한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정상들의 관계 훼손을 위협한 건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정상 간에 새로운 접근법으로 담판하자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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