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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학생이 죽었는데, 故 이민호군 사고 2심 엄중처벌 이뤄져야”

중앙일보 2019.10.27 12:59
지난 24일 고 이민호 학생 사망 항소심을 앞두고 공대위 관계자가 제주지법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4일 고 이민호 학생 사망 항소심을 앞두고 공대위 관계자가 제주지법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불과 3개월 남짓의 현장실습 기간 아들은 두 번의 산업재해를 경험해야 했고, 안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작업현장에서 결국 세 번째 사고에 그만…더 이상은 희생자가 나오면 안 됩니다” 지난 2017년 현장실습 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이하 이군)의 아버지 이모(57)씨의 말이다.
 

지난 24일 제주지법서 이군 사고 항소심
지난 1심에서 대표 김모씨 등 집행유예
공대위, 엄벌 촉구하는 1인 시위 이어가
관련법 준수여부 등 확인 체계 구축 필요

이군 사고에 대한 제주지방법원 항소심 공판이 시작됐다. 검찰과 피고측이 모두 항소했고 이에 따라 재판부가 구조시간과 기계결함 사유 등 사고 경위를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노현미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제이크리에이션 대표 김모(57)씨와 공장장 김모(61)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이크리에이션 대표 김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500만원, 공장장 김씨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검찰은 첫 재판의 처벌이 가볍다는 입장이다. 1심 판결 양형 사유 중 ‘사망사고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부분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제시되지 못해 유족들이 납득할 수 없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군의 부친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사고수습이 늦어진 구조적 문제와 잦은 기계결함, 안전망 및 감지센서 등 안전시설 미비 등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했다. 그는 특히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기계의 결함을 업체 측에서 숨기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를 구급차까지 옮기는 데 10분이나 걸렸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평소에도 컨베이어 벨트 끼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계에 의무사항인 안전망을 왜 설치하지 않았는지 명확하게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음료를 적재하는 ‘팔레트’의 노후가 기계를 멈추게 했다는 분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업체 측과 관련자들이 기계결함을 숨기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12월 6일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열린 고 이민호군 장례식. 최충일 기자

지난 2017년 12월 6일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열린 고 이민호군 장례식. 최충일 기자

검찰 측은 이날 현장실습고등학생사망에따른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관계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군 유족의 변호사 측은 피고인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혜선 공인노무사는 “교육부가 지난해 현장실습 제도개선을 발표한 지 1년도 안 돼 해 2월 조기 취업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로 다시 선도기업 인정 기준을 완화하고, 3학년 2학기부터 실습을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취업률 하락에 대한 지적에 따른 움직임으로 백번 이해한다 해도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일은 일대로 하며 임금도 못 받는 것은 아닌지 등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관리법 위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인력풀이 만들어지고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피고인측 변호인은 “증인신청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며 방어권 보장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의견을 종합해 오는 12월 5일 오전 11시 2차 공판을 열고 증인 신청 대상 등을 확정키로 했다.
 
공대위는 첫 항소심이 열리던 이 날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들은 “엄중한 처벌을 통해 기업의 각성을 이끌어 제2, 제3의 사고를 막을 수 있었지만 1심 재판부는 그 책임을 방기하여 사실상 면죄부인 집행유예의 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하며 “사람이, 학생이 숨졌다. 이군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군은 고등학교 3학년 재학시절인 2017년 11월 9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음료 제조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설비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후 숨졌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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