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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 흡연율 역대 최저인데...여중생은 "친구들 다 피워요"

중앙일보 2019.10.27 12:00
서울 한 편의점에 놓인 궐련 담배 제품들에 부착된 경고그림이 선명하다. [연합뉴스]

서울 한 편의점에 놓인 궐련 담배 제품들에 부착된 경고그림이 선명하다. [연합뉴스]

66.3%→36.7%. 최근 20년간 성인 남성의 흡연율 변화다. 질병관리본부가 27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담긴 내용이다. 1998년에는 남성 3명 중 2명 꼴로 담배를 피웠지만, 지난해엔 3명 중 1명 정도만 흡연자라는 의미다. 담뱃값 인상 등 ‘가격 정책’과 담뱃갑 경고그림, 금연 구역 확대 같은 ‘비가격 정책’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남성 흡연율이 대폭 떨어졌다. 2016년 40.7%로 소폭 반등했다가 최근 2년 연속 38.1%(2017년), 36.7%(2018년)로 다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남성 흡연율은 조사가 이뤄진 20년 동안 가장 낮다.
 

2018 국민건강영양조사, 성인 남성 흡연율 36.7%
성인 여성, 여성 청소년 흡연율은 계속 늘어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남은 건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국민건강영양조사(2018년 기준)ㆍ청소년건강행태조사(2019년 기준) 내용에 따르면 세 가지 과제가 두드러졌다. 먼저 담배 피우는 여성은 최근 몇년새 늘어나고 있다. 또 전자담배 등의 영향으로 청소년 흡연율이 반등하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20년 새 소득 계층간 흡연 형평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세 가지 문제는 서로 얽혀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금연 정책 측면에서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낮아지던 여성 흡연 다시 증가

최근 20년간 성인 흡연율 통계. [자료 질병관리본부]

최근 20년간 성인 흡연율 통계. [자료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여성 흡연율은 7.5%를 기록했다. 2015년 5.5%로 감소한 이후에 3년 연속 흡연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2012년(7.9%)을 빼곤 20년새 가장 높은 수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성 흡연이 꾸준히 늘어난다. 특히 여성은 통계로 보이는 것보다 실제 흡연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금연학회장)는 ”여성 흡연자는 사회적 시선 등의 영향으로 남성보다 답변을 정확히 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흡연율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여성 청소년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6년 2.7%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여자 중ㆍ고교생 흡연율은 3.1%(2017년), 3.7%(2018년), 3.8%(2019년)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궐련 대신 전자담배만 쓰는 사용자도 감안하면 실제 흡연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진료 받으러 온 여중생이 ‘우리 반 애들 대부분 담배 피워요. 공부 못 하는 아이들만 피우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여학생 흡연율이 몇년간 올라가는만큼 정부가 이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따른 청소년 흡연 반등

편의점에서 수거 중인 가향 액상 전자담배. [연합뉴스]

편의점에서 수거 중인 가향 액상 전자담배. [연합뉴스]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궐련(일반 담배)을 피운다고 응답한 중ㆍ고교생 비율은 6.7%다. 지난해 학생 흡연율(전체 담배 종류)과 똑같은 수치다. 하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는 늘었다. 2017년 2.2%까지 떨어졌던 전자담배 사용률은 지난해 2.7%, 올해 3.2%로 뛰었다. 특히 올해는 액상형 전자담배만 따로 떼서 물어봤는데 그 수치도 올랐다. 처음 조사 항목에 오른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율도 2.6%를 기록했다. 액상형ㆍ궐련형 따질 것 없이 전자담배를 쓰는 학생들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냄새가 덜하고 디자인이 화려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는 전자담배 제품들이 금연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조홍준 교수는 “액상형ㆍ궐련형 전자담배와 궐련을 같이 쓰다 보면 금연 의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아직 우리는 전자담배를 어떻게 끊게 할 거냐에 대한 대응이 잘 안 돼 있는데 이런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들의 흡연율도 실질적으로 반등한 모양새다. 질본에 따르면 올해 실제 흡연율(학생 전체)은 궐련만 피우는 6.7%에 액상형 전자담배만 쓰는 비율(0.3%), 궐련형 전자담배만 쓰는 비율(0.1%)과 중복 사용자 등을 합쳐 7%대로 추정한다. 백유진 교수는 “학생 흡연 통계가 반등하려는 상황엔 신종 담배가 청소년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문제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내후년에 나타날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학생 흡연율 조사 수치. [자료 질병관리본부]

올해 학생 흡연율 조사 수치. [자료 질병관리본부]

소득 계층 간 흡연 형평성 악화

최근 20년간 소득수준별 흡연율 격차 추이. [자료 질병관리본부]

최근 20년간 소득수준별 흡연율 격차 추이. [자료 질병관리본부]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담배를 더 많이 피우는 흡연 취약 계층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소득 상하 계층의 흡연율 차이가 사라지는 게 담배 정책에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정부가 진행중인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20)에도 금연 등에서의 ‘건강 형평성 제고’가 주된 목표로 들어있다.

 
하지만 성인 흡연율에서의 소득별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98년 소득 계층 ‘하’ 남성(70%)과 ‘상’ 남성(63.7%)의 차이는 6.3%포인트였다. 하지만 지난해엔 각각 40.1%, 31%로 그 차이가 9.1%포인트가 됐다. 여성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의 흡연율 차이는 20년 새 5.3%포인트에서 7.5%포인트로 커졌다. 특히 소득 하ㆍ중하ㆍ중 3개 그룹에선 흡연율이 20년 전과 비교해 되레 올랐다.
 
올해 흡연 행태에서의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한 논문을 낸 강영호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그동안 금연구역 확대, 미디어 캠페인 등으로 여러 규제 정책이 실시됐지만 정보 접근성이나 적용 대상 등에 있어 불균형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저소득층이 담배 끊는데 도움주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서 더 많이 금연하는데 기여했다"면서 "앞으로 흡연율 격차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진 담뱃값 인상과 함께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 금연 캠페인, 담뱃갑 경고그림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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