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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깨알 지시'엔 없는 정시 기준…"어떤 식이든 40% 이상 상승"

중앙일보 2019.10.27 09:48
대학입시 수시·정시 선발 비중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학입시 수시·정시 선발 비중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며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예고했다. 교육계에선 대통령이 직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개선, 서울 상위권대학의 수시 축소, 자사고·외고 폐지 등과 같은 세부 사항까지 밝혀 "'깨알지시'를 내렸다"는 평까지 나온다. 
 

정시 하한선 상향,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
서울 상위권 대학만 규제 등 방식 다양
대학·입시업계 "수년 내 40~50%로 늘 것"

하지만 문 대통령은 대학과 교사, 학생·학부모의 관심을 모았던 대입 정시 비율의 확대 폭과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교육계에선 정부가 전체 대학의 정시 비중 목표치(현행 30% 이상)을 상향하거나,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만 별도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대학 관계자들과 입시전문가들은 "정부가 어떤 방식을 택하건 수년 내 전체 대학의 정시 비중이 급속히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대통령 '깨알 지시'에 놀란 교육계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22일) 직후 교육관계 장관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교육계에선 "원론적인 입장 수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은 대략적인 방향만 밝히고 교육부가 세부 내용과 방식을 확정·발표하는 관례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당·정·청 협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은 '깨알 지시'란 평이 나올 만큼 개편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대폭 개선, 고교 서열화 해소(자사고‧외고‧국제고 일괄 폐지), 일반고 역량 강화(고교학점제를 통한 수월성·맞춤형 교육 강화),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축소, 대학 미진학 학생의 진로교육, 기업 채용의 공정성 등 총 7가지 분야의 세부 과제와 방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 이후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대입 정시와 수시의 구체적인 비중에 대해 언급은 없었다. 다만 서울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만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정시 확대 비율과 시기는 다음달 확정·발표한다"고만 말했다.

 

'30% 이상' 정시 기준, 1년 만에 상향? 

대학과 입시전문가 사이에선 정부가 셋 중 하나를 최종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① 지난해 결정한 '30% 룰'(전체 대학이 2022대입까지 정시 비중을 30% 이상 확대)의 하한선을 40~5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 ② '30% 룰'은 유지하되 서울 상위권대학에만 별도 기준을 주는 방안 ③ 구체적인 기준 변경 없이 '채찍'(교육부의 학종 개선과 감독강화)과 '당근'(재정지원사업 연계)으로 정시 비중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다. 
 
세 가지 방식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다. '30% 룰'을 '40% 룰' 또는 '50% 룰'로 바꾸는 방식은 지난해 대입 공론화 과정의 논의를 계승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당시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방안은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이었다. 시민참여단이 응답한 적정 비율도 39.6%였다.
  
이런 기준 상향 방식은 전체 대학에 목표 수치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대학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고 국민에겐 '정시 확대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제스처가 된다. 반면 지난해 결정한 '30% 룰'을 1년 만에 또다시 바꾼다는 면에서 '오락가락 정책'이란 교육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상위권 대학만 '정조준' 가능성

때문에 학종 비율이 높은 서울 상위권 대학만 '정조준'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30% 룰'은 유지하되 이들 대학만 정시 비율 하한선을 40~50%로 높이거나, 학종 비율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25일 대통령이 "핵심적인 문제는 입시 영향력이 크고 경쟁이 몰려있는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중이 신뢰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수 학생이 몰리는 서울 상위권 대학은 학종 비율이 높고 모집인원도 많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소재 대학 15곳이 정시 모집 비율을 40%으로 높인다면 이들의 정시 선발 인원은 4000명 가까이 늘어난다(2021대입 기준 1만4889명→1만8745명).
 
서울 상위권 대학의 정시 확대는 '연쇄효과'를 통해 전체 입시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대입 수시가 확대하는 과정에서 'SKY(서울·고려·연세대)' 등 최상위권대학이 수시를 확대하면 상위권·중상위권 대학도 동조했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대학 서열화에 정점에 선 대학이 학종·논술 등을 줄인다면, 다른 대학도 부담 없이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만 '정조준'하는 이 방식은 '30% 룰'의 수정할 필요가 없다. 상위권 대학의 높은 학종 의존도와 전형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다는 점에서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전문가들 어떤 방식이든 40% 이상 늘 것 

일각에선 정부가 '30% 룰'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새 기준을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대신 학종의 엄정 관리를 요구하고, 대학의 정시 비율과 정부 재정지원을 연계해 정시 비중 상향을 유도하는 식이다. 정부가 굳이 목표치를 밝힐 필요 없이 '채찍'과 '당근'만 활용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학종에서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 등을 폐지하면 평가 요소가 줄어 학종과 내신 중심 교과전형과의 차이가 사라진다"며 "이럴 경위 대학 스스로 학종을 줄이고 수능을 늘리던가 학종을 교과전형으로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4년제 대학 부총장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을 지렛대 삼아 학종 비중을 늘렸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정시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면 등록금 동결로 돈줄이 마른 대학 입장에선 스스로 정시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대학 관계자들과 입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셋 중 어느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수년 내 정시 비율이 40~50%로 오를 것으로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들이 교육부가 밝힌 ‘30% 룰’만 지켜도 수시에서 정원을 못 채워 정시에서 모집하는 인원(수시이월인원)을 포함하면 정시 선발 비중은 최소한 35%, 많으면 40% 초반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젠 대통령이 나서 정책 의지를 밝혔고 야당도 기본적으론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상황이라 전체 대입의 정시 비중이 40~50% 정도로 늘어나는 건 확실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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