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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따라 움직인다"…OTT 문어발족·노마드족의 탄생

중앙일보 2019.10.27 06:00

웨이브 고객 264만명…넷플릭스도 늘어 217만명

 회사원 김모(35)씨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던 콘텐트를 어느 정도 보고 나서 새로운 콘텐트를 찾던 중에 주변에서 입소문이 난 ‘체르노빌’이란 미국 드라마를 알게 됐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드라마로 TV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10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김 씨는 체르노빌을 보기 위해 해당 콘텐트를 독점 제공하는 국내 OTT 기업인 왓챠플레이에 추가로 가입했다. 
 1986년 4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 미국 케이블 HBO가 영국 SKY와 손잡고 공동제작했고 국내선 왓챠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진 HBO]

1986년 4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 미국 케이블 HBO가 영국 SKY와 손잡고 공동제작했고 국내선 왓챠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진 HBO]

 
 그는 “내년쯤 한국에서 서비스될 예정인 디즈니의 신규·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도 기대된다”며 “원하는 콘텐트 위주로 OTT를 바꿔가면서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 제공 업체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 가운데 두 개 이상의 OTT를 동시에 가입하거나(문어발 족), 콘텐트에 따라 OTT 서비스를 갈아타면서 보려는 수요층(노마드 족)이 늘고 있다. 24일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웨이브는 9월 안드로이드 기준 월간 사용자 수는 264만명을 기록하며 넷플릭스(217만명)를 넘어 OTT 앱 중 1위에 올라섰다. 웨이브의 일평균 사용자 수는 80만명으로 51만명의 넷플릭스를 앞질렀다.
 
1986년 4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 미국 케이블 HBO가 영국 SKY와 손잡고 공동제작했고 국내선 왓챠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진 HBO]

1986년 4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 미국 케이블 HBO가 영국 SKY와 손잡고 공동제작했고 국내선 왓챠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진 HBO]

 이에 대해 웨이브 관계자는 “3개월간 월 이용료 4000원이라는 마케팅 효과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콘텐트가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실시간 채널과 지상파ㆍ종합편성방송 등 무제한 VOD(주문형 비디오) 등 기존 OTT 서비스 외에 ▶해외 시리즈 확대, ▶월정액 고객 대상 1000편 이상 영화 무료 제공, ▶녹두전 등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트 공급 등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넷플릭스의 고객이 웨이브로 이동한 건 아니다. 9월 1일부터 웨이브 출범 전날인 17일까지 넷플릭스의 일평균 이용자 수는 50만명 수준이었고, 웨이브 출범부터 이달 13일까지 넷플릭스의 일평균 이용자 수는 51만명이었다. 웨이브로 인한 넷플릭스 고객의 이탈은 크게 없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이용자 수를 흡수했다기보다는 넷플릭스를 보면서 웨이브도 보는 수요층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플랫폼이 생기면 경쟁 플랫폼 이용자를 흡수하는 여타의 플랫폼과는 달리 OTT는 여러 플랫폼을 병행해서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기존 OTT 이용자들이 추가로 OTT를 보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1986년 4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 미국 케이블 HBO가 영국 SKY와 손잡고 공동제작했고 국내선 왓챠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진 HBO]

1986년 4월 구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 미국 케이블 HBO가 영국 SKY와 손잡고 공동제작했고 국내선 왓챠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진 HBO]

 
 하지만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OTT 수가 더 많아지면 젊은 층을 시작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봐야 하는 OTT의 플랫폼 수가 늘어나면 결국 본인에게 만족감을 주는 콘텐트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옮겨 다니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OTT 노마들(유목민)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OTT 사업자가 많아질수록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CJ ENM과 JTBC가 내년 초 새로운 OTT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어 글로벌 OTT인 디즈니+와 애플TV+ 역시 국내 진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왓챠플레이는 체르노빌 한 시리즈로 신규 이용자 유입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된 킬러 콘텐트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재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플랫폼이 아닌 콘텐트에 있기 때문에 OTT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콘텐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결국 질 높은 콘텐트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는 OTT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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