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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고발에도 모두 '기각'…"檢, 제식구 감싸라 준 권한인가"

중앙일보 2019.10.27 05:00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로비 모습. [뉴시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로비 모습. [뉴시스]

경찰이 최근 4년간 검찰청사를 상대로 신청한 총 5차례의 압수수색 영장이 모두 검찰 단계에서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현직 검찰 공무원의 범죄행위와 관련한 체포·구속영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의도적인 부실수사”라는 거친 표현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검찰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지는 기소율은 0.1%대다.
 

현직 부장검사 고발사건도 청구 안 해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 등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최근 4년간 검찰청사를 상대로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은 2016년 1건, 2017년 0건, 지난해 1건, 올해 3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로부터 넘어온 영장을 모두 불청구 처리했다. 
 
올해 3건의 영장 신청 중 2건은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전·현 검찰 수뇌부 직무유기’ 사건과 관련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전 검찰 고위간부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을 촉발한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의 ‘명예훼손’ 사건이다. 현직 부장·부부장검사가 각각 경찰에 접수한 고발·고소 건이다. 그런데도 검찰 단계서 모두 기각한 것이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뉴스1]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뉴스1]

 

"수사 방해 의심" VS "압수수색 사유로 보기 어려워" 

경찰은 두 사건 모두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서류 등을 확보하려 부산지검, 대검찰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려 했지만 사실상 답보상태에 빠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기초적인 자료확보도 안 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또 고발 당사자인 임 검사도 지난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수뇌부의 직무유기 고발사건에 대해 검찰이 은폐증거를 움켜쥔 채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 수사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중앙포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중앙포토]

 
검찰은 이에 대한 기각 사유로 “확립된 법리 및 판례에 의하면 직무유기죄는 ‘그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 시’에만 성립한다”며 “(피고발인들이) 여기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도 덧붙였다.



검찰식구 체포영장 0건, 기소율 0.1%대 

하지만 전·현직 검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사정도 비슷하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경찰이 범죄행위에 연루된 전현 검사·수사관과 관련해 신청한 영장은 모두 55건에 이른다. 이중 실제 법원에 청구돼 발부된 건수는 10건뿐이다. 지난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은 인천의 한 종합병원 횡령 등 사건을 우 전 수석이 ‘몰래 변론’한 혐의를 잡고 4건의 영장(금융 3·압수 1건)을 신청했는데 모두 기각됐다.  
 
10년간 발부된 10건의 영장은 자료확보 차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범죄행위에 연루된 검찰 공무원의 신병을 확보하는 차원인 체포·구속영장은 단 한 건도 청구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나오는 와중에 공교롭게도 최근 5년간 검사의 범죄 혐의를 검찰이 재판에 넘긴 기소율은 0.1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일반 시민의 기소율은 41.7%에 이른다.
 
이철희 의원은 “검찰이 경찰 영장신청의 적절성을 따지는 건 과잉수사를 막고 인권보호를 위해 국가가 부여한 권한”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를 하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사에 대한 형사사건은 사건 관계인이 사건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고소·고발하는 사건이 상당수”라며 “반복 또는 민원성 고소·고발에 해당해 각하되는 것으로 ‘제식구 감싸기’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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