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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집에 사는 캥거루'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중앙일보 2019.10.26 08:00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37)

40대는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다. 봄, 가을을 보내고 가을, 겨울을 맞이할 때다. 인생은 ‘30·30·30’이라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30년 배우고, 30년 일하고, 30년 노후를 보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40대는 20년 동안 마지막 30여 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인생의 피크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이후의 인생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시기를 무심하게 흘려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50~60대에 들어 인생의 물줄기를 바로 잡기에는 너무 늦다. 그러므로 적어도 40대 초반에는 남은 인생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가야 한다.
 
그렇다면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까. ‘20년 후 은퇴 시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보면 된다.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자녀의 미래와 경제적 노후 안정이다. 둘 다 중요하지만 좀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면 어느 쪽일까. 20년 후 다음 두 가지 그림 중 어느 것이 나은지 생각해보면 된다.
 
인생의 피크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이후의 인생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크게 보면 자녀의 미래와 경제적 노후 안정이다. [사진 flickr]

인생의 피크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이후의 인생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크게 보면 자녀의 미래와 경제적 노후 안정이다. [사진 flickr]

 
[사례 1] 5억~10억 원의 돈은 모았지만 성장한 자녀들이 제 갈 길을 못 찾는다.
[사례 2] 돈은 별로 없고, 겨우 밥 먹을 정도인데, 자녀들은 취직해 제 인생을 산다.
 
돈도 좀 모으고 자녀도 잘된, 행복한 경우는 논외로 한다. 걱정할 것이 없으니까. 먼저 [사례 1]처럼 돈은 제법 모았는데, 자녀가 제 역할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보자.
 
학교 졸업 후 3~4년 동안 취직이 안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이후에도 취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 실업률 약 10%에 비정규직 비율 30~40%를 고려하면 청년들의 절반 정도가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그냥 놀 수 없으니 작은 가게라도 하나 차리고 싶어 한다. 부모가 종잣돈이라도 대줘야 할 것이다. 가게를 차려줬다면 다 된 것일까. 요새 한국의 자영업은 5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경우 부모 재산 좀 있어 봐야 모래성이다. 평생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한, 집에 사는 캥거루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중고등학교 때부터 확실하게 자녀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공부에 별 취미가 없다면 대학에 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어중간하게 대학만 졸업하면 눈만 높아져 문제가 된다.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사회에서 유용한 직업을 연결해 주는 전문대학이나 특성화 고등학교도 방법이다. 자녀가 독립적인 생계를 꾸려갈 능력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다.
 
틈내서 자녀와 미래에 대해 자주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적인 삶의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확실히 준비시켜야 한다. ‘졸업하면 취직하겠지’가 잘 안되는 세상이 됐다.
 
『가족의 부(Family Wealth)』란 책을 보면, 미국에서는 자산을 인적 자산과 물적 자산으로 구분한다. 인적 자산이란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말한다. 물적 자산은 동산, 부동산, 금융자산 등 그야말로 돈의 부피를 말한다.
 
그들은 물적 자산보다 인적 자산의 성장에 훨씬 더 큰 초점을 둔다. 이유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사회에 나가 제 역할과 본분을 다하며 살아갈 때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방황한다면 집안이 행복할 수 없다. 따라서 인생 중반전 40대에는 ‘자녀들의 반듯한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 특히 부모가 유능하고 부자라면, 미국의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철학을 참고할 만하다.
 
『이웃에 사는 백만장자(Millionaire, Next Door)』에서는 돈보다 먼저 자녀가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초점을 둔다. 절제와 검소함을 철저하게 가르치고, 자녀가 적어도 40이 될 때까지는 돈을 물려주지 않는다. 허랑방탕하게 인생을 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대신 목표를 세워 무언가 성취하도록 격려하며, 인생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가르친다. 예컨대 건강·인간관계·자립·명예·책임감·성숙함 등으로 균형 잡힌 인생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월급에서 적어도 20~30%는 저축해둬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 검소하게 생활해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녀가 독립적인 인생을 살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사진 pixabay]

월급에서 적어도 20~30%는 저축해둬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 검소하게 생활해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녀가 독립적인 인생을 살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사진 pixabay]

 
[사례 2]는 문제 해결이 간단하다. 자녀들이 취직해 제 인생을 살아간다면, 부모들은 넉넉하지 않아도 걱정할 것이 없다. 그들만의 인생을 형편대로 살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부부가 월 250만∼300만 원 정도 필요하다는 게 2018년 국민연금공단 조사 결과다. 국민연금을 월 100만 원 정도 받는다고 가정하면, 150만∼200만 원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월급에서 적어도 20~30%는 저축해둬야 할 것이다. 현직에 있을 때 검소하게 생활해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 요새 금융기관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DLS) 사태에서 보듯 펀드 투자나 주식투자로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다. 재테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리가 1~2%인 현실에서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고 금물이다.
 
결론은 자녀가 독립적인 인생을 살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인생 마라톤에서 바통 터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그게 잘 안 돼 자녀가 비틀거리거나 주저앉는 것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노후 안정은 그다음이고, 자신의 재취업은 덤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40대는 빠르게 지나간다. 본격적으로 후반전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방향 설정이다. 무엇이 먼저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바란다면, 정성 들여 나무를 가꾸고 보살피기 바란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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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영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필진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 부자는 어떤 생각과 철학, 생활방식, 자녀관을 갖고 있을까. 부를 이룬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고, 부를 오래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재벌이 아닌 평범하지만 이웃집에서 만나볼 만한 진짜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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